‘삼세판’ 한동훈…의대 증원 유보는 관철할까

2024-08-28 13:00:17 게재

특검법·김경수 이어 의대 증원 제기 … 용산에 막혀 ‘불발 위기’

“대권 욕심” “민심 수용” 충돌 … 삼세판 결과에 주도권 갈릴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대통령실을 향해 ‘의대 정원 증원 유보’를 외치고 있다.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복권 반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세번째 문제제기다. 삼세판 결과에 따라 여권 주도권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국민의힘 대전시당개소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27일 오후 SNS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유보’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한 대표가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총리에게 제안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내놨다. 한 대표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며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28일 여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들을 만나 응급의료 참여 의료진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내용이다. 친한 인사는 27일 “이대로 며칠만 더 가면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뭐든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제안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실과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한 대표의 제안에 냉랭한 반응이다. 한 총리는 27일 한 대표의 ‘의대 정원 증원 유보’ 제안을 공개 거절했다. 한 총리는 “일반적으로 입시생 편의를 위해 1년 10개월 전에 입학 정원을 확정하게 돼 있다. 2026년 정원은 올해 5월 말까지 정해져야 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보면 2026년 정원은 (이미)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의 거절은 대통령실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다.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잇단 충돌은 서로에 대한 극심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복권 반대 △의대 정원 증원 유보 등 삼세판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차기대선에 도전하려는 속내가 숨어있다고 의심한다. 현재권력과 일부러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해 미래권력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친윤 인사는 “한 대표가 현재권력을 싸워 이겨서 미래를 도모하는 전략인 것 같은데,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싸움은 공멸을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측은 “항상 민심과 다른 방향을 보는 윤석열정부에게 민심이 뭔지를 제시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한 인사는 “민심이 지지하는 특검법이나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의대 정원 증원 유예나, 전부 민심을 좇는 제안일 뿐”이라며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제안을 정략적으로만 해석하니 불필요한 오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벌어진 ‘삼세판 갈등’은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주도권 경쟁도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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