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4 통영 연화도

한려수도 섬들 펼쳐진 연화장세계

2024-08-30 13:00:24 게재

백섬백길 4코스인 연화도(蓮花島) 둘레길은 연화도 선착장을 출발해 연화봉(212m)과 용머리 해안을 따라 동두마을까지 이어지는 5.3㎞의 길이다. 연화도 뱃머리에서 30분이면 연화봉 정상에 닿는다. 초입만 약간 가파를 뿐 산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내내 바다와 섬들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연화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용머리해안의 풍경은 용이 상상의 동물이 아닐 거라고 느끼게 해준다. 꿈틀거리며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용이라 이름하지 않으면 다른 무엇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통영팔경을 넘어 대한팔경의 하나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연화도는 면적 3.41㎢, 해안선 길이 약 12.5㎞의 아담한 섬이다. 곁의 더 작은 섬 우도와는 인도교로 연결되어 있다.

연화도 용머리. 사진 섬연구소 제공

연화봉 정상에서는 통영은 물론 거제 남해 삼천포 여수까지 한려수도의 섬들이 선경처럼 펼쳐지는데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가 바로 이곳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연화도는 이름처럼 불교와 연관이 깊은 섬이다. 연화봉 정상에는 연화도인과 임진왜란 때 승군을 이끌고 왜적을 토벌한 의병장 사명대사의 토굴 터가 있다. 연화도의 지명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섬의 모양이 연꽃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화도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불교 탄압을 피해 서울 삼각산에 살던 연화도인이 세 명의 비구니와 함께 이 섬에 들어와 암자를 짓고 수도 생활을 했다. 세월이 흐른 뒤 연화도인이 열반에 들자 비구니들은 도인의 유언대로 바닷속에 장사 지냈는데 바다에서는 연꽃이 피어났다. 그래서 섬의 이름을 연화도라 했다고 한다. 연화도인의 전설이야 전설이니 진위를 따질 것은 못 된다.

하지만 연화도인의 수도처에 후일 실존 인물인 사명대사가 들어와 수도했다는 이야기까지 있고 보면 섬이 불교와 인연이 각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화도만이 아니다. 통영 앞 바다의 여러 섬들이 불교 문화의 자장권에 있었다. 유배자의 후손들이나 도망 노비, 관의 수탈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이 섬에서 피난처를 찾은 것처럼 불교 수행자들이 조선 왕조의 억불 정책을 피해 찾아낸 피난처 또한 관의 감시가 덜한 섬들이었을 것이다. 연화도와 욕지도, 두미도와 세존도, 미륵도 등 불교에서 비롯된 섬의 이름은 그 흔적이 아닐까.

연화봉 정상에서 보면 연화도는 결코 연꽃 모양이 아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그러니 지명이 섬의 형상에서 유래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그보다는 연화도 욕지도 두미도 노대도 갈도 국도 세존도 추도 미륵도 연대도 등의 섬들이 둥그렇게 펼쳐져 그리는 모습이 흡사 연꽃 같다. 연화세계는 하나의 섬으로만 이룰 수 있는 세계가 아닌 것이다.

넓은 바다에 펼쳐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이루는 동심원(同心圓). 서로 의지하여 살수 밖에 없는 섬들 의 연대 속에 연화세계는 연꽃처럼 피어오른 것이 아니었을까. 연화도는 욕지도와 함께 고등어 양식의 메카다.

바다에서 방금 건져 올린 고등어회의 맛은 쫄깃하고 달디 단 ‘밤양갱’만큼이나 달다. 양식 전갱이회의 고소하고 찰진 맛 또한 상상 이상이다. 섬을 걸어야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맛이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