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앞선 여당…주도권은 여전히 용산 손에

2024-09-02 13:00:36 게재

윤 대통령 23%, 국민의힘 30% … 한동훈, 전대서 63% 득표

용산, 한동훈발 의대 정원·특검법 등 외면 … 주도권 ‘고수’

한 대표 ‘국민 눈높이’로 용산 설득 못하면 ‘동반 위기’ 우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조사(8월 27~29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1주일 전보다 4%p 떨어진 23%를 기록했다. 4.10 총선 직후 기록한 임기 중 최저치(21%)에 근접한 성적표다. 부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가 1주일 전보다 6%p 증가한 8%를 기록하면서 두번째로 많이 꼽혔다.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왼쪽 세번째)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윤 대통령 지지도보다 높았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60대, 보수층 등 보수 텃밭에서 여당 지지율이 우위를 기록했다. 보수 핵심지지층이 윤 대통령보다 여당에 더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더욱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63%란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다. 당원과 여론조사 모두에서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원들은 친윤 원희룡(19%) 대신 반윤 한동훈을 택했다.

이같은 결과는 당정관계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물적 토대로 해석된다. 보수 핵심지지층과 당원들이 현재권력인 윤 대통령보다 미래권력인 한 대표에게 더 큰 기대를 표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한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당정관계를 이끄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한 대표도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복권 반대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등을 순차적으로 제안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번번이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여전히 강력한 국정 주도권을 고수하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유예안은 애당초 검토 대상이 아니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친윤에서는 “한 대표의 유예안을 설사 수용한다고해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 대표가 본인의 대권 욕심 때문에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만 신경 쓰면서 유예안이나 특검법 등을 자꾸 던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대표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대표도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1일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자신의 유예안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논의에 만족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 일정에 맞출 순 없다”는 식으로 논의를 피해갔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향후 국정운영에서도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지난 30일 의원 연찬회에서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당 지도부, 원내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심과 민심이 윤 대통령보다 여당에 힘을 싣는 현실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한 만큼 여당이 ‘강한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당정관계의 주도권을 뺏긴 한 대표로선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윤 대통령과 친윤을 역으로 설득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점점 커지는 흐름이다. 윤 대통령과 친윤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국정운영을 지속할 경우 여당까지 ‘동반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는 윤석열정부의 ‘국민 눈높이’를 외면한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었다는 해석이다. 친한(한동훈) 관계자는 2일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선회하지 않는다면 여권 전체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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