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성인대상 성범죄로 확대
경찰 “폐쇄적 SNS 수사에 효과”
신분을 감춘 경찰관이 사이버 공간의 성범죄자에 접근해 수사하는 위장수사(신분비공개수사)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그동안 음란물 제작·유포 사범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지만 비협조적인 외국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폐쇄적인 SNS 수사에 효과적인 위장수사를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성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이번 사건으로 21대 국회에서 실패했던 성폭력처벌법 개정이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위 ‘N번방’ 사건 이후 2021년 9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에 대해서는 위장수사가 허용됐다. 하지만 딥페이크 피해자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대학생, 군인, 교사 등 성인들도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경찰이 사이버 성폭력 사건을 집중 단속한 결과 2022년 61.9%(420명), 2023년 57%(391명) 등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성인이었다.
또한 경찰은 사전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수사 개시 조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사전승인을 기다리다 텔레그램방이 사라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야간·공휴일 등 긴급한 경우 위장수사를 한 후 승인 받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과잉수사’ 등의 우려를 보완하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