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없다” 대통령실에 여당 ‘부글부글’
지역구민 하소연에 의원들 “윤 대통령 실상 파악 못해”
유승민 “정부가 해결 못하면 국민은 정부와 여당 심판”
국민의힘 친한(한동훈) 의원은 5일 “의료 상황이 너무 걱정돼서 사이렌을 울렸는데, ‘비상상황 아니니까 조용히 해’ 이런 거 아닌가. 한 대표는 (정부에)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제안(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을 했는데 ‘어림없는 소리’ ‘왜 당신이 끼어들어’라고 나오니 싸움이 커질까봐 더 이상 얘기도 못 하겠다. 지금은 의료 상황을 바라보는 (정부와 당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 대통령도 현장(응급실) 가보고 신문 읽으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정부의 의료 사태 대응을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의료 위기가 이미 현실화되면서 민심이 등 돌리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실·정부는 여전히 “위기는 거짓말”이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8월 27~29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8%)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의료 상황이 심각하다”며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 대표는 여전히 의료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다시 ‘입’을 열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당정 갈등으로 번질까봐 속앓이만 하는 눈치다. 한 대표는 5일 최고위에서 “당 의료개혁특위를 보강해 응급실 등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지역구민들로부터 의료 위기에 대한 걱정이 쏟아진다”며 대통령실·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지적한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주민들은 벌써부터 ‘큰 일 났다’ ‘이러다 사람 죽는다’고 난리다. 추석 연휴에는 아프지 않거나 사고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말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의료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잘 정비된 현장을 고위관료들이 방문하고 그 실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니까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응급실이 이미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은 뒤 “아무 문제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25년 의대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인 입시현장의 혼란이 크겠지만,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는 게 더 급하다는 설명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SNS를 통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2000이라는 숫자 하나에 꽂혀 이 어려운 의료개혁을 쉽게 하려 했던 단순무식한 만용부터 버려야 한다”며 “의료붕괴 사태의 해법을 제시할 책임, 떠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만들 책임은 바로 대통령, 총리, 장관에게 있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은 정부·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당내 ‘의료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홍 시장을 여당을 향해 “지금이라도 의료 대책 TF라도 만들어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을 조정, 중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며 “양자(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상호 불신으로 가득차 양자만의 대화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