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용돈’ 국민연금에서 벗어나길
정부가 세대간 ‘상생’을 강조하며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제시된 방안들을 보면 연금 고유 목적인 ‘소득보장’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보장수준인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상향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올려 기금재정의 고갈을 늦추는 데 기여하고 소득대체율도 올랐으니 개선된 안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42%는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논의됐던 시민들의 의견인 50%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올리는 방식으로 추진하자고 제시했다. 청년층의 어려움을 고려한 방안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산인구에는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많다. 특히 50대는 사회적으로 청년층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는 경제적 사정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3년 8월 통계청에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취업자(671.0만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162.7만명) △자영업자(158.5만명) △무급가족종사자(23.1만명) 등이 전체의 51.3%를 차지한다.
국민연금 가입 형태에 있어서도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가 많을 수 있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내야 한다. 때문에 연령대별 차등보험료 인상안을 적용하게 되면 50대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돼 보험료 납부 기피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의 노후소득보장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부족분을 다층보장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2022 연금통계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가입률은 90.8%이지만, 퇴직연금 가입률은 31.1%, 개인연금은 19.2%에 불과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중소기업과 저소득 시민들의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용돈 수준의 연금액을 받고 있는데 연금재정이 불안하면 자동으로 받을 돈을 줄이자는 정부안도 가입자들이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올 4월 기준 연금 수급자 중 월 연금액을 60만원 미만으로 받는 경우가 71.5%, 40만원 미만이 절반을 넘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후소득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기할 수 있는 방안을 성실히 찾길 바란다.
다만 ‘높은 보장 수준에 높은 보험료를 내고 국고투입까지 하는’ 해외국가가 재정안정을 위해 급여수준을 낮춘 사례를 두고, ‘낮은 보장 수준에 낮은 보험료를 내며 국고도 투입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따라 하자고는 말자. 적어도 용돈 수준 연금은 벗어나자.
김규철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