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비리’ 아리셀 모회사 에스코넥 압수수색
2017~2018년 군납 품질검사 결과 조작 혐의
경찰, 6월 23명 사망 화재도 군납 비리가 발단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이 배터리 군 납품을 위한 품질검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5일 이 업체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9시 10분쯤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경기 광주시 에스코넥 본사와 화성시 아리셀 본사 등 6곳에 수사관 32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에스코넥이 자회사 아리셀을 만들기 전인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에도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도 당시 납품을 위한 시험결과서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에스코넥 역시 품질검사를 조작해 국방부의 업무를 방해한 정황이 있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품질 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가 국방부에 대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을 포함한 임직원 1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전지를 납품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납품분이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을 중단했다.
이후 재생산에 착수한 아리셀은 지연된 납품일정을 맞추기 위해 5월 10일부터 ‘1일 5000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했다.
아리셀은 목표 달성을 위해 5월부터 인력파견 업체인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없이 공정에 투입했다.
경찰은 아리셀 제조 리튬전지 불량률이 3~4월 평균 2.2%에서 신규 인력이 투입된 5월 3.3%, 6월 6.5%로 늘어난 점을 바탕으로 비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불량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불량률이 늘었음에도 아리셀은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공정을 강행했다.
아리셀은 5월 16일쯤 미세단락으로 추정되는 전지 발열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초기에는 정상품과 분리했다. 하지만 6월 8일 이후부터는 별도 안전성 검증없이 발열전지 선별작업을 중단했다.
참사 이틀 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연전지 1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조치없이 생산라인은 계속 가동됐다. 화재 발생 당일 최초 발화점으로 지목된 공장 2층에 적재돼 있다가 폭발한 전지들도 이틀 전 폭발한 전지와 동일한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제품들이었다.
아리셀 공장 화재가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에 따른 인재였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경찰 조사에서 조직적인 조작행위가 있었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본부장의 아버지이자 에스코넥 및 아리셀 대표인 박순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구속된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은 조만간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구속 입건된 관련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아리셀 화재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쯤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이었다. 이 불로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내국인은 5명이다. 17명은 중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