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내고 적게 받는 ‘청년층 연금 딜레마’
자동조정장치, 연금 수령액 삭감 가능성
“젊은 세대, 당장 적게 내고 후회하게 돼”
국민의힘 “올해 모수개혁, 내년 구조개혁”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며 앞세운 ‘청년층 부담 완화’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전문가들은 ‘오히려 청년층 부담이 커진다’며 반기를 들었다. 청년층이 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낼 수 있지만 나중에 받는 것도 줄어들면서 연금효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도 없고, 국내에서도 검토된 바가 전혀 없는 제도”라며 “이 제도가 실제로 청년 세대에게 유리한 제도인지,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청년들 연금액이 깎이는 것을 감추기 위함인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연금 평균가입기간인 22년간 가입한 평균 소득자가 기존 소득대체율 40% 적용시엔 월 66만원을 받는데 정부안대로 42%를 적용하면 월 69만3000원을 받아 결론적으로 3만3000원이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에 가입자수나 기대여명 등 조정률을 빼고 산출하면 2030년 신규수급자는 생애 총급여의 16.8%, 2050년 신규수급자는 17%가 줄어든다”며 “자동조정장치로 인한 연금 삭감이 청년세대로 갈수록 커질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대표적인 소득강화론자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를 위해 도입했다는 세대별 차등보험료는 잠재된 세대 간 연금 갈등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청년을 위해 차등보험료를 도입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연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갈 수 있는데, 연금 100만원 받다가 물가가 3% 오를 경우 (103만원이 아닌)102만5000원 정도로만 연금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자동조정장치) 이 개편안은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가입자 수 감소율이나 기대 여명도 함께 반영을 하자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에 영향을 미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을 지낸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은 당장에는 다른 세대보다 적게 보험료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며 “그분들도 나이가 들어서 연금 수급자가 되면 덜 내서 덜 받는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올리는 모수개혁을 처리하고 내년 정기국회에서 보험료율 인상 속도의 세대별 차등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가 골든타임”이라며 “국회 연금특위에서 모수개혁 논의를 확실히 완료해야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