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 국고지원기준 상향 반발
정부, 시행령 개정 추진
지자체 “지방소멸 가속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난지역 국고지원 기준 상향 움직임에 대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구소멸지역 지자체들은 이번 개정이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마무리하고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재난지역 국고지원 피해액 기준을 현행 26억에서 33억원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은 65억원에서 82억5000만원으로 각각 30%를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기준상향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는 상향이유에 대해 “과거 12년 동안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국고지원 기준은 그대로인 반면 피해액 산정단가는 매년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산정단가 누적 인상률은 51%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지자체는 피해가 반복되는, 소규모 인구소멸지역이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최근 열린 충남도 시장군수협의회에서 “이 같은 상향 조정은 재정력이 열악한, 특히 농어촌 지자체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이 가속될 것이 자명한 지금 정부는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국고지원 기준 상향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군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지난해 농·어촌지역 지원 강화, 국고지원 대상 지자체 확대 등을 목적으로 규정을 개정했던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년 만에 정부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충남 부여군은 2022년 2023년 2024년 수해를 입어 이례적으로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이다. 여기에 인구는 6만명으로 충남지역 대표적인 인구소멸지역 가운데 하나다. 만약 피해액 상향으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복구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는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부여군 주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 시기와 내용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변경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김신일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