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배후진료 인력 대폭 확충해야”
정부, 응급실 전담의사 지원 예정 … “시간 갈수록 인력 소진 커져, 지금이 응급실 혁신할 때”
의료공백 사태가 6개월 이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응급의료기관 인력의 소진이 커지고 진료역량이 줄어들고 있다. 몇몇 운영축소되는 응급실이 발생하면서 추석 때 아프면 어떻게 하나라는 국민의 걱정이 커져간다. 정부는 응급실 인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응급실 전담의사 인건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더 나아가 응급실과 이어진 배후진료분야의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된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근 응급실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나타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9월 5일 기준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은 모두 88곳으로 나타났다.
평시인 2월 첫째주(109곳)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일주일 전 8월 29일까지만 해도 27개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02곳이었는데 그새 급격히 줄어들었다.
9월 5일 기준 가장 상황이 심각한 진료 분야는 성인 대상 기관지 응급내시경으로 나타났다. 평시 109곳에서 진료할 수 있었으나 5일 현재 60곳으로 45%나 급감했다. 일주일 전 100곳과 비교해도 40% 줄었다. 중증 화상을 진료하는 응급의료센터도 평시 44곳, 일주일 전 38곳에서 5일 28곳으로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이번주 상황을 봐야 되겠지만 추석 연휴에 화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시의 3배 가량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우려된다.
안과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가 평시 75곳였으나 1주일 새 58곳에서 47곳으로 37.3% 감소했다. 사지 접합 수술도 같은 기간 진료할 수 있는 곳(평시 82곳)도 70곳에서 62곳으로 줄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응급실 인력의 누적된 피로도가 높아진 결과로 본다”며 “당장 문닫는 것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 인력 여유가 없는 병원에서는 한두명 빠지게 되면 운영 자체가 어려운 곳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는 응급실 인력에 문제가 생긴 대학병원들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지만 응급실에서 정상 근무하지 않고 있다. 군의관 파견으로 운영이 축소된 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회복돼 추석기간 환자들이 원활하게 진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무산됐다.
응급실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진료수가 인상 외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 이후 운영이 어려운 응급실 전담의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액수는 미정이지만 권역외상센터나 소아전문응급센터 의사 인건비 지원액인 1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협회장은 “응급실 전담의사 인건비를 대폭 지원하면 응급실 전담의사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응급실과 배후진료 인력을 확보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전폭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추석기간에 생길 수 있는 응급실 이용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고질적인 응급실 이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적 접근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외상센터와 달리 응급실과 배후진료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아 발생한 응급환자를 제때 받아 적절히 진료처치 못하는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누적된 응급실 부실이 당장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라면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응급실을 혁신하는데 여·야·의·정·환자들이 힘을 모아 우선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