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 남자, 손잡았지만…두 마리 토끼 못 잡으면 위기 되풀이

2024-09-09 13:00:10 게재

<전공의 복귀·의대 증원>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윤-한, 갈등 반복하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한목소리

둘 다 지지율 추락 … 위기 탈출 이해 맞물려 태세 전환 해석

전공의 복귀·의대 증원 두 마리 토끼 못 잡으면 ‘말짱 도루묵’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놓고 오랜만에 손을 잡았다. 의정 갈등과 당정 충돌 장기화로 인해 두 사람 모두 지지율 추락이라는 위기에 봉착하자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위기 돌파라는 이해가 맞물려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지만, 실제 협의체를 통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위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 정상회담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9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의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대위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국방장관 대사 임명 △채 상병 특검법 논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논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 최고위 발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 같은 태세 전환은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다가 추석 연휴 ‘의료 대란’ 우려에 직면해있다.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겹치면서 정부에 책임을 묻는 흐름이 커졌다. 한국갤럽(3~5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부의 의료 사태 대응에 대한 평가를 묻자 ‘잘못한다’(64%)가 ‘잘한다’(21%)를 앞질렀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3%까지 추락했다. 중대한 위기를 마주한 것이다.

한 대표의 처지도 비슷하다. 7.23 전당대회에서 63%란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한 대표지만, 대표 취임 이후 두 달이 되도록 여당 대표로서 뚜렷한 존재감도,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차별화도 못 보여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제안을 번번이 거부하면서 ‘한동훈 리더십’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한국갤럽에서 차기주자 선호도를 묻자, 한 대표는 4.10 총선 직전에는 24%까지 상승했지만,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14%로 주저앉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2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차기대선을 노리는 한 대표로선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위기 직면이라는 여권 투톱의 이해가 맞물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지만, 실제 협의체를 통해 전공의 복귀와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면 위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의사들에게 의대 정원 증원을 강요하는 바람에 의료 사태가 악화됐다는 세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 협의체에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를 통해 증원 숫자를 논의할 수 있지만, 의료계 요구(2025년·2026년 증원 유예)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니까, 그렇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협의체 구성에 찬성했지만, (의대 정원) 유예에 동의한 건 절대 아니다. 증원 숫자를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거지, 한 대표 주장대로 증원을 아예 유예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협의체가 전공의 복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공의 복귀가 불발되면서 의료 위기가 가중되면 윤 대통령을 겨낭한 책임론은 더 커질 수밖에 있다. 정치적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도 마찬가지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관철시키면서 모처럼 정치적 존재감과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드러낼 기회를 얻었지만, 전공의 복귀와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다면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의료계를 동시에 설득해내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에서 “지금은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료계의 대승적 (협의체)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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