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민생지원금 선별지원” 친명계 “이재명과 경쟁 선포”
김동연측 “일관된 주장일 뿐, 현안 메시지 내는 중”
이재명측 “10월 위기설 앞 존재감 드러내려는 시도”
김 지사, 공천·당헌개정 이어 세 번째 ‘다른 목소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구도로 들어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민생지원금 25만원 지원’을 놓고 김 지사가 ‘선별 지원’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사실상 이 대표의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 됐다는 평가가 친명계쪽에서 강해지는 분위기다. 김 지사가 지난 총선 공천과 최근의 당헌 개정 이후 사실상 3번째로 ‘반이재명 행보’를 공개적으로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의 차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9일 중진의 이 대표 핵심관계자는 “김 지사가 민생지원금 25만원 지원을 놓고 본인의 소신이 있더라도 현재는 ‘이 대표가 제시한대로 민생지원금 25만원을 보편적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여당이나 정부와의 합의점을 찾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소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했어야 했다”며 “이 대표 의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무적으로 이 대표와 같은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선별 지원’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어야 했다”고 했다. “김 지사의 정무적, 정치적인 판단에서 너무 조급해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 “민생지원금, 어려운 사람에 더 지원해 줘야” =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에 녹화한 삼프로 인터뷰에서 “(민생지원금 25만원)지급에 찬성하지만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25만원 나눠주는 것보다 두텁고 촘촘하게 어려운 사람에게 더 지원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분들이 소비 성향이 높다. 지난번(2020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줬을 때 그게 소비랑 연결되는 게 높지 않았다. 일정 소득 이상인 분들에게 돈이 갔을 적에 소비를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데 쓰거나 저금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중산층 이하라든지 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두텁게 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고, 타깃팅할 수 있는 재정 역할도 된다. 또 하나 걱정은 인플레다. 그런데 타깃팅했을 경우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적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의 오랜 소신, 그러나 = 경제관료 출신의 경제상황 분석과 처방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특히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으로 ‘민생지원금’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은 ‘경제 전문가’이면서 ‘실무 집행 경험’이 농축된 결과로 보인다. 김 지사의 모 측근은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공개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이고 특별히 이 대표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재명 지지층이나 의원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와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여당이 민생지원금을) 선별·차등 지원하겠다면 그것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까 적정한 선에서 협의해서 지원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정의 효과와 물가까지 고려해 ‘모든 국민’이 아닌 ‘저소득층에 선별적으로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게 적절하다는 김 지사의 ‘경제 처방’을 이재명계는 이 대표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주는’ 방식의 효과가 ‘선별 지급’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강조했고 물가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친명계쪽에서 불평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명계 “10월 위기설은 없다” = 이 대표 측근으로 불리는 수도권의 모 재선의원은 “이 지사가 경제 관료적 시각으로 지난 코로나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때부터 ‘선별 지원’ 입장을 보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워 자신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들이나 지지층들과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10월 위기설’이라고 말은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 대표의 자리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김 지사는 이 대표와 같이 가면서 김 지사 지지층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지 스스로 세력을 만들어 이 대표와 맞서겠다는 전략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 지사가 도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해내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경쟁구도를 만드는 건 과도하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지사측은 이 대표와 경쟁구도로 해석되는 데에 다소 당황해 하면서도 “김 지사가 이번에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니며 사실 오래 전부터 대외적으로 입장들을 내면서 주목을 받으려 했지만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미 잠룡으로 분류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슈에 입장표명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지사는 그동안 꾸준히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행보를 자신의 SNS를 통해 비판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인사들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친문인사를 대거 기용하면서 ‘비명 대선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의 대북송금 혐의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10월 중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김 지사의 ‘잠룡으로의 부상’이 예고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