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돌봄 공백 해소될까

2024-09-09 13:00:23 게재

시 ‘돌봄 공공성 강화계획’ 발표

서사원 해체 이후 돌봄 공백 생겨

서비스 직접 제공에서 ‘지원 중심’

서울시가 공공돌봄의 틀을 새로 짠다. 시는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계획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으로 발생한 돌봄 공백을 막고 이번 기회에 서비스 품질도 개선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날 계획에 따르면 신청과 기관 연결 등 시민들이 돌봄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게 초점을 맞췄다. 당사자가 직접 서비스를 찾아 나서거나 기관을 방문해 상담받을 필요없이 120다산콜센터로 전화하면 전문상담사의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개인별 상담은 물론 돌봄기관 연결도 해준다.

서울시가 서사원 해산으로 생긴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공돌봄 강화 대책을 내놨다. 복지파트너가 경로당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중증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고 종사자들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증돌봄은 시민들이 공공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특히 ‘2인 1조’ 서비스를 개선했다. 와상, 중증 치매, 큰 체구 등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벅차다. 하지만 기존 2인 1조 서비스는 제공 시간과 인건비 지원이 제한돼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다. 이번 계획을 통해 추가인력 인건비를 하루 4시간까지 서울시가 지원한다. 휴일·심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월 최대 40시간까지 추가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분야별 개선방안은 다양하지만 이번 계획의 핵심 기조는 공공의 돌봄 기능을 직접 서비스 제공에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는 당초 서사원이 같은 기능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직접 서비스 위주로 운영되면서 민간기관 지원이나 육성, 서비스의 연계 및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복잡한 돌봄욕구를 해소하려면 다양한 민간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원·육성해야 하는데 기존 시스템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민간 서비스의 공공성을 담보하고 기관별 서비스 품질을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사원을 대체해 공공돌봄 서비스를 총괄할 기구로 ‘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두기로 했다. 돌봄서비스 품질관리 및 자문·교육 지원을 맡게 된다. 센터는 돌봄 수요공급 분석을 통해 서비스 공백을 파악하고 서비스 자원을 조정하는 한편, 신규 돌봄서비스 발굴 등 시의 돌봄정책 수립에 관련된 업무도 담당한다. 사회서비스지원센터 밑으로는 돌봄통합지원센터를 배치한다. 지역별 돌봄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내년부터 시작해 3년 안에 자치구별 1곳 이상을 운영하기로 했다.

◆‘돌봄 종합계획’ 수립 시급 = 개선방안이 나왔지만 과제도 많다. 이번 계획은 서사원 해산에 따른 돌봄 긴급 공백을 메우려는 차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인과 장애인 쪽에 치우쳐 있다. 한 민간 돌봄 전문가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화함에 따라 기존 돌봄 수요는 늘어나고 새로운 돌봄 수요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돌봄 계획과 함께 돌봄 공급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만든 사업들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후속 작업도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 특히 중증 돌봄은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 공공의 사업 추진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의 세부 지침, 정부에 건의해 바꿔야할 법령이나 제도, 지침 등 수립된 계획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위의 민간 전문가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비스를 제공했던 서사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던 영역이 바로 신속한 서비스 제공”이라며 “지원 중심의 공공 역할 전환이 돌봄의 핵심 요건인 현장성, 신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거창한 마스터플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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