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 종이 자료, 의원도 보좌진도 안 본다”
국회 ‘종이없는 국감’ 재시동…‘전자상임위 전환’ 눈앞
우원식 의장 “로드맵 제시, 기후대응 앞선 기관 되겠다”
21대서 추진했다 흐지부지…“의장·상임위원장 의지 중요” 기후특위 상설화 추진…‘입법권’ ‘예산심사권’ 부여 이견
장기간 폭염 등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한 가운데 국회가 22대 첫 국정감사를 ‘친환경 국회 만들기’ 일환으로 ‘종이 없는(Paperless) 국감’을 계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지난 21대 들어 국회와 상임위에서 동시에 시도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선거와 정쟁에 휩싸이면서 흐지부지되됐다.
10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일단 각 상임위에 종이 없는 국감을 한다는 점을 알려놓은 상황이고 이에 맞춰 준비가 잘 이뤄질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 상임위장에 쌓여있고 의원실에 보내지는 각종 서류와 자료들은 대부분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들도 보지 않는다”며 “실제로 보좌진들은 파일로 보는 게 필요한 부분을 찾는 데도 더 수월하고 보기도 편하다는 측면에서 파일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도 이미 의원석에는 자료 파일이 입력돼 있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고도 했다.
종이로 제출된 각종 자료들은 사용가치가 거의 없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얘기다.
같은 취지로 4년 전인 지난 21대 국회 초반에는 당시 김영춘 사무총장, 이춘석 사무총장(현 의원)과 이원욱 과방위원장,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이 ‘종이 없는 국감’, ‘전자국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감뿐만 아니라 상임위 전체 회의까지 연결돼 ‘종이없는 상임위’로 확산됐다.
국회사무처는 ‘친환경 국회 조성을 위한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디지털화 심화 과제를 비롯한 19개 과제를 추진했다. 국회정보화추진위원회를 운영해 ‘종이 없는 상임위’ 실현을 위한 과제를 찾아내기도 했다. 국회사무처 소속 ‘친환경 국회 조성 추진단’은 △Zero-Waste 국회 △친환경 그린에너지 국회 △모두가 함께 실천하는 친환경 국회를 조성하는 ‘친환경국회 조성 3단계 로드맵’을 공개하고 단기(2022년 6월), 중기(2024년), 장기(2030년)별로 실행방안과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복지위는 국회와 정부에서 생산되는 모든 문서를 전자파일로 위원석 노트북에 입력해 놓고 활용도가 낮은 상임위 간행물 등은 모두 전자책 형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위 소관 정부기관, 공공기관, 유관기관에는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와 발간물 등을 인쇄물이 아닌 전자책 형태로 간행하도록 권고했다.
정보위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 관련한 회의 자료의 경우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의장에 노트북을 설치하지 않고 종이나 책자로 배부했다가 수거하던 관행을 ‘전자문서 열람’으로 전환했다.
국회 안에서는 보도자료를 큐알코드만 찍어도 볼 수 있게 전자식으로 전환해 연간 90만장의 종이를 절약해 왔고 의원회관 등에 종이나 현수막 대신 LED를 활용한 게시판 등을 만들어 ‘친환경’을 독려했다.
하지만 21대 후반기 들어 ‘종이없는 상임위’가 관심 밖으로 밀리면서 ‘종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원욱 전 의원은 “상임위에서 종이가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은 상임위원장 등 리더십의 관심 문제”라며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도 불편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원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 사무처는 국정감사에서만 한 상임위당 97만장, 전체 1450만장(중복 상임위 제외)의 종이가 사용돼 월평균 국회에서 나오는 폐지가 3.5톤에 달한다고 했다.
이소영 의원은 초선이었던 21대 초반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친환경 국회’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당시 “국회에서 종이자원의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은 수십년간 반복되어 왔고, 특히 매년 국감기간 동안 쓰인 종이 인쇄물 비용만 약 40억원에 달한다”며 “참고서류는 이메일이나 저장매체를 통해 전자파일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회의 당일에 이르러 전시용·일회용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국정감사 기간동안의 종이 사용량, 인쇄물 배포량을 집계하여 통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운영위에서는 “국회가 국민들에게는 자원 낭비하지 말고 폐기물 줄이라고 규제하고 부과금 매기고 제재하는데 정작 국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않고 낭비하고 있다”며 세입세출 결산보고서, 국회예산정책처장 인사말씀 등을 들어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회 기후위기 특강 축사에서 “(전날)원내대표 회동에서 기후특위 상설화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면서도 “각 상임위에 있는 기후 관련한 부분을 모두 끌어 모은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진 ‘실질적인 기후특위’에는 이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특위를 제대로 만드는 데에 이견이 있다면 언제든 토론을 하겠다”면서 “기후위기 대응에서 국회가 로드맵을 제시하고 가장 앞서가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후특위 상설화는 거대양당의 지난 총선 공통 공약으로 무난히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조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 등 예산 심사권, 입법권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