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올해만 일하다 4명째 사망
9일 하청노동자 야간작업 중 추락사, 사측 “재발 방지 최선” 사과 … 올 상반기 조선업 사망자 14명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가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올해만 한화오션에서 4명이 숨졌다. 올 들어 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금속노조와 대우조선지회(지회)에 따르면 9일 오후 10시 57분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A씨(41)가 야간작업 중 선박 상부 32m 높이에서 떨어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조치를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한화오션 노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작업을 중단하고 중대사고 근절 특별 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경찰도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화오션은 사과문을 내고 “회사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시는 근로자분과 한화오션을 믿고 선박 건조를 맡겨 주신 선주분들, 지역 주민과 국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죄송하다”며 “회사 차원의 모든 조치를 강구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에서는 올해만 4번째 사망사고다. 지회에 따르면 1월 12일 선박 방향타 제작공장에서 원인 모를 가스폭발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24일 잠수사 1명이 작업 중 익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온열질환 의심으로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올해 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 깔림 화재·폭발 추락 등으로 1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조선업 빅3’인 경남 거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은 물론이고 경남 고성 금강중공업과 거제 초석HD, 부산 대선조선에서 각각 2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등 중소 조선사에서도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부는 5월 중소 조선사 사업주와 안전보건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보건교육을 진행했지만 한화오션에서 사망사고가 또 일어났다.
조선소의 끊이지 않는 사고원인으로 선박인도 납기에 쫓긴 무리한 작업 강행과 외국인노동자와 미숙련 하청노동자 대거 투입을 꼽는다.
이날 숨진 A씨는 한화오션 임시 협력업체 소속이다. 지회에 따르면 오후 6시에 퇴근한 A씨는 계획된 작업이 늦어지면서 야간작업에 다시 투입됐다. 출근한 노동자들은 사고위험을 경고하면서 작업을 거부했지만 선박 인도 납기를 맞춰야 했기에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A씨 작업현장엔 발끝막이판을 설치하지 않는 등 추락에 대비한 안전조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10일 성명에서 “올해 초부터 조선소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라 조선소 전체에 중대재해 쓰나미가 덮쳤다”며 “노조가 3월 정부와 자본에 요구한 전체 조선소에 대한 기획감독 등이 조금이라도 받아들여졌다면 하청노동자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3월 기획감독을 비롯해 △중대재해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구속수사 △전체 조선소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긴급 점검 및 원·하청 통합안전관리시스템 구축 △하청노조 안전관리활동 참가 보장 △다단계 하청 고용 금지를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정부와 자본이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근본대책도 수립하지 않아 안전체계 붕괴는 계속됐고 연장선상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며 “언제까지 조선소 하청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봐야만 하느냐”고 되물었다.
한남진 정연근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