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좀비기업 신속한 퇴출 위해 제도 개선”

2024-09-12 13:00:01 게재

상장폐지 절차 단축, 상장유지 요건 강화 추진

연기금·운용사 역할 강조, 적극 의결권 행사 촉구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 등 면밀히 점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계기업을 신속히 주식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 미달되는 기업들은 증시에서 퇴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현재의 상장유지 기준으로는 좀비기업의 신속한 퇴출에 어려움이 있어 자본시장내 가치 상승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금감원은 상장폐지 절차 단축 및 상장유지 요건 강화 등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소관 부처 등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일본에서 지난 10년간 진행돼 온 기업개혁 추진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3년 일본재흥전략 정책을 발표했다. 아베 정권의 성장전략으로 기업 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상장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원칙과 지침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증시 구조를 개편해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했다. 그 전까지 1·2부, 마더스, 재스닥 등 4개 시장으로 구성했던 체제를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바꿨다. 1부 시장 종목의 약 85%는 프라임 시장으로 편입됐고 나머지는 스탠다드, 그로스 시장으로 편입됐다. 현재 프라임 시장 상장 유지 기준 중 하나는 시가총액(유통주식 기준) 100억엔 이상이다.

증시 개편시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 수는 1839사였는데 상장유지 요건 강화로 올해 5월 기준 10.38%(191사) 줄어든 1648사로 나타났다. 3월 기준 프라임시장 기업 98.2%는 영문공시를 실시 중이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현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장폐지 절차도 단축할 계획이다. 8월 기준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상장사는 100곳이다. 코스닥 74개사, 코스피 21개 사, 코넥스 5개사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10조8549억원 가량 된다. 1년 이상 거래정지 된 곳이 50개사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코스피의 경우 심사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연내에 대책이 발표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연기금과 운용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연기금과 운용사는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펀드의 독립적인 의결권 행사가 저해받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연기금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의 적적성과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 등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자본시장 안전판 확충’을 위한 책임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의 투자저변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주체로서 연기금과 운용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의 자국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일본 밸류업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ACG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가 아시아 주요시장의 기업지배구조 제도와 관행을 평가하는 보고서인 ‘CG 2023 Watch’를 발표하고,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금투업계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회에는 기관투자자, 학계, 기업 관계자 9명이 패널로 참석했고 20명의 방청객이 토론을 지켜봤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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