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지역화폐법, 추석 뒤로 미뤘다
우원식 “의정갈등 해결 먼저”
민주, 19일 본회의 수용할 듯
여당, “합의 안된 회의” 반발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을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발등의 불인 ‘의정갈등 해결’을 국회 제1 책무로 들며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주문했다.
민주당은 반발하면서도 19일 본회의 처리를 수용하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원식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특검법안 및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지역화폐법’ 등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3건의 쟁점 법안에 대해 “추석연휴 이후인 19일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지금 국회의 가장 큰 책무는 한시라도 빨리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렵사리 여야의정이 사회적 대화의 입구에 섰다. 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단절되지 않도록 야당이 법안처리 시기를 유연하게 하는 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야당이 특검법 강행에서 한걸음 물러서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우 의장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데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이 국민의 평가”라며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 처리시점을 연기하면서도 특검법 처리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그는 “두 건의 특검법안의 경우 그동안 여러 조사와 수사가 있었지만,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여론이 많다. 국회 역시 (특검법을 통과시킬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의 이같은 판단에는 어렵게 조성된 여야정 협의체의 불씨를 이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특검법 등에 대한 정쟁이슈로 연휴기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등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 여건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 상정권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을 처리 시점으로 제시하자 여야는 추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민주당은 특검법 등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에 크게 반발했다.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결정을 재고해 내일 법안을 상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안건조정위까지 마친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는 사례는 처음 본다.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이 있는데 선거법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10월10일 전까지 특검법이 통과돼야 의혹을 만천하에 밝힐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두 특검법을 또 거부하면 배우자의 국정농단 범죄를 감추기 위해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리는 등 초법적 수단을 강구할 경우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 등을 고려할 때 특검법안 처리 시점을 최대한 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해 최순실보다 더 한 국정농단이라는 국민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라며 “김건희 특검은 정쟁 대상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 정의를 회복하는 조치로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제안대로 19일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면 당초 계획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본회의 처리 연기를 반기면서도 19일 지정에 대해선 유감 입장을 내놨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일 “내일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원래 국회의장과 양당 교섭단체 대표들은 26일에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자고 합의하지 않았나. 갑자기 19일 일정 추가를 협의하도록 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19일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일단 민주당과 대화해 보겠다. 다만 우리 당은 26일에 본회의가 소집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