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죽기 전 고향 땅 밟을 수 있도록"
1회성 상봉 의미 퇴색
초고령 이산가족 도와야
“1세대 이산가족 가운데 80%가 사망했습니다. 남은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 고향 땅을 밟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이산가족 정책입니다.”
장만순(사진)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이산가족은 남북 정부와 민간 모두가 힘을 합쳐 풀어야할 세계사적 인권 문제”라면서 “1회성 상봉 보다 급한 것은 고향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경색된 남북관계 속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활동도 펼치고 있다. 남북한 모두와 수교를 맺고 있는 캄보디아, 몽골, 네팔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 의회 등에 남한 이산가족 문제를 환기하고 이들의 고향 방문 의지와 필요성을 설득한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참여해 국제 세미나를 열고 다른 국가들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초기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인권 문제로 재조명해 세계 각국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로 다가가야 인도주의 차원보다 강제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이산가족들 시름을 더하고 있다. 적대주의 강화 속 북한은 남한을 아예 다른 나라로 분류하는 실정이다. 그는 “정부끼리 관계가 꽁꽁 묶여 있기 때문에 더더욱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언제 어떤 계기가 만들어져 급작스런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4세대로 접어들며 잊혀져 가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6.25 이전 350만명, 전쟁 이후 150만명 등 남한으로 내려온 500만명 이산가족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성장시킨 주역들”이라며 “이들이 죽기 전 고향땅을 밟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이해와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