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9월 연준 이후 벌어질 일들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석연휴 기간인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리면 2022년 3월부터 2년6개월 간 진행됐던 ‘글로벌 긴축시대’가 막을 내린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되자 영국 스위스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신흥국은 먼저 금리를 내렸다. 물론 사정이 다른 일본은 금리를 올렸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로 한바탕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각자도생’식 통화정책의 시기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은 Fed가 금리를 내린 이후에도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정책 전환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중앙은행들 각자도생 통화정책 시대로 전환
시장은 Fed가 9월 FOMC를 비롯해 올해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6~10일(현지시간)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101명 가운데 92명이 18일 25bp(베이시스 포인트 0.01%=1bp)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나머지 기간에는 95명 중 65명이 세차례 25bp(총 75bp)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를 대비해 ‘빅컷'( 50bp 인하)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9명에 그쳤다.
11일 미 노동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헤드라인수치는 전월과 비교해 0.2% 상승으로 전망치에 부합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특히 주거비는 전월 대비 0.5% 상승해 7월(0.4%) 대비 오름폭이 확대됐으며 전년 대비로는 5.2% 올랐다. 근원 CPI가 시장 전망을 소폭 상회함에 따라 시장은 이달 금리를 50bp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노동부 발표 이후 ‘베이비 컷’(25bp 인하) 확률을 85%로 점쳤다. ‘빅컷’을 예상하는 확률은 15%다.
그러나 FOMC 2주 전부터 Fed 인사들의 발언이 제한되는 블랙아웃 기간 동안 시장과 소통하는 창구로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12일 12시 24분 트윗을 통해 “Fed의 금리인하 딜레마: 다음주 Fed가 금리를 인하하리라는것은 거의 확정된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나 인하할지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이다"라고 Fed 내부의 상황을 전했다. CPI와 PPI가 예상보다 조금씩 높게 나오면서 시장의 ‘빅컷’ 기대가 꺾인 상황인데 그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시장은 ‘close call’(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
미국 금융시장의 유동성 상황과 관련해 Fed의 9월 FOMC와 함께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미 재무부의 9월 국채입찰이다. 미국의 예산제도상 매 회계연도는 10월 1일에 시작돼 다음해 9월 30일 종료된다. 즉 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9월 미 재무부의 국채발행 상황을 보면 바이든정부의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다음 회기의 1분기 재량지출을 비롯한 예산지출 상황과 시장금리 상황을 알 수 있다.
미 재무부의 9월 11일 이루어진 장기채 ‘9-Year 11-Month Note(미국채 10년물)’ 발행은 390억달러 규모로 낙찰금리는 3.648%다. 이전 낙찰금리 3.960%보다 0.312%p 내려갔고 응찰률도 2.64로 이전 2.32보다 높다. 즉 금리인하를 반영해 수요는 늘었고 가격은 올랐다. 단기물인 ‘119-Day-Bill’은 4.740%로 시장금리 4.882%보다 내려갔다. 590억달러 규모로 발행됐는데 응찰률 2.74로 평균인 2.50보다 높다. 장단기물 모두 기준금리 50bp 인상 수준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미 국채발행으로 모인 자금은 Fed에 개설돼 있는 재무부 일반계정((TGA, Treasury General Account)으로 들어가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회기의 예산집행으로 시장에 다시 환류된다.
‘잔인한 달 9월’지나면 '유동성의 10월' 오나
미국 금융시장에서 9월은 기업의 법인세 납부와 회계연도 마감 등으로 유동성이 줄고,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으로 하락세와 매도 우위가 계속되는 ‘잔인한 달’이다. 미국 CNBC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다우존스지수는 9월에 30차례나 하락한 반면 상승·보합세를 보인 해는 19번에 그쳤다.
S&P지수 역시 같은 달에 27차례나 하락했다. 계절적 사이클로 9월에 하락한 주가는 10월에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반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과 우리나라 서학개미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시선이 제롬 파월의 입과 재닛 옐런의 재무부 TGA 잔고(9월말 목표 8500억달러, 9월 4일 기준 잔고 7710억달러 )에 쏠려 있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