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1%까지 인상”…엔화 강세 지속될 듯
고위 관계자 매파 발언 잇따라…연준 인하속도따라 130엔대 진입 가능
시장전문가 조사, 올해 12월 0.50%로 올리고 내년 말 0.75~1.00% 예상
한국은행 “미일 정책금리차 연말까지 0.75%p축소시 엔화강세 이어질 것”
일본은행 고위 관계자가 통화정책방향을 긴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엔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추석 연휴 기간 있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 따라 엔화 강세는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은행 다무라 우에키 심의위원은 12일 금융경제좌담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후 경제 및 물가동향이 전망치대로 움직이면 단계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했다.
다무라 위원은 회견에서 “완만한 기조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2026년도까지 적어도 1% 정도까지 단기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무라 위원은 다만 올해 안 추가 인상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경제와 물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확답하지는 않았다. 기준금리가 1.0%에 이를 시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무라 위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인사여서 이날 발언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달러당 141.69엔까지 하락했다.
최근 일본은행 안팎에서는 확연히 통화정책을 보다 긴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답변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실현되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한다는 기본적 자세에 변함이 없다”며 “필요에 따라 적정 수준의 금리인상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에다 총재는 7월31일 기준금리를 기존 0.0~0.1%에서 0.25%로 인상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0.5%를 금리인상의 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우에다 총재의 이 발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미국 경기 침체 전망이 겹치면서 닛케이지수가 하루에 12% 대폭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일본은행 주변에서 최근 긴축적 발언이 이어지는 데는 7월 소비자물가가 2.7%까지 오르는 등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생활의 고통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달 말 자민당 총재 선거와 이르면 11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고물가가 민심을 이반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 때 달러당 160엔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최근 140엔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수입물가 오름세도 둔화하는 등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행이 12일 발표한 ‘2024년 8월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엔화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하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6.1%나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입물가 오름세가 빠르게 안정화되면 소비자물가도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 닛케이QUICK뉴스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7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연 0.25%)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27명 전원이 내다봤다. 다음 금리인상 시기는 올해 12월(12명)과 내년 1월(11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SMBC닛쿄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금리인상은 관련 통계를 확인하고 내년 1월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5년 말 기준 정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0.75% 수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8명은 1.00%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에노 타케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12월 0.50% 수준으로 인상한 이후 내년 춘투 임금인상 데이터가 확인되는 7월에 한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며 “내년 말에는 0.7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정책금리 차이가 연말까지 0.75%p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엔화는 당분간 미국 달러화 대비 강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위험 회피심피 확산시 추가적인 절상(엔화 가치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