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사건’ 마무리 못한 이원석
2년 임기 마치고 13일 퇴임식
민생침해범죄 대응 기틀 마련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건을 매듭짓지 못한 채 13일 퇴임했다. 그간 자신의 임기 내에 주요 사건 처분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김 여사 사건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 수사 등은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임기 동안 마약범죄, 보이스피싱, 가상자산범죄 등 민생침해범죄에 대한 대응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원석 총장은 13일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을 맡아 2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취임 초기 ‘친윤’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수부 검사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평검사 시절부터 함께 일해왔다.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엔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대검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일할 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해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총장 임기가 끝나갈 무렵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에서 ‘총장 패싱’을 당하는 등 이른바 ‘반윤’ 대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이 총장이 거듭 밝혔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패싱 당하면서 윤 대통령과 틀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임기 내 김 여사 사건을 처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총장은 마무리하지 못하고 검찰을 떠나게 됐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결과까지 검토하고서 김 여사 사건을 최종 처분할 전망이다.
검찰 고위간부였던 한 변호사는 “이원석 총장이 너무 신중하다보니 사건 처리에 있어서 중요한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외에도 정권이 바뀐 지 2년이 지났지만 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정자동 호텔 사건 등)와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 또한 처리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차기 총장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와 별개로 민생침해범죄 대응과 피해자 명예회복 등 정책 면에선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 총장은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총장 직무대행이었던 2022년 7월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합동수사단을 설치해 성과를 냈다. 지난 2년간 보이스피싱 사범 628명을 입건하고, 국내외 총책 18명 등 201명을 구속했다. 또 지난해 2월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출범하고 이어 4월에는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마약 범죄에도 적극 대응해 왔다.
스토킹 법령도 정비했다. 스토킹 범죄는 2년 전만 해도 경범죄로 다뤄졌지만 이 총장은 피해자에 대한 위해가 우려되면 구속수사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해 스토킹 범죄자 4234명을 기소했다.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을 범죄단체로 처벌하고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은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
과거사 사건에서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과거 납북귀환어부 간첩 조작 사건과 제주 4.3사건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등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도 힘써왔다.
하지만 이 총장이 강조해왔던 주요 사건들은 모두 후임자 몫으로 남게 됐다. 최 목사의 검찰수심위는 오는 24일 열린다. 후임 총장이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의 최종 처분을 해야 될 상황이다.
중앙지검에서 4년째 수사 중인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처분도 후임자의 과제가 됐다.
범야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사 탄핵’ 대응도 차기 총장의 과제 중 하나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등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심우정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국회에 11일까지 심 총장의 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고서 재송부가 이뤄지지 않자 이날 임명안을 재가한 것이다.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심 총장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려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향해 “빌런”이라고 부르고, 정 위원장은 “여러분은 악당의 꼬붕이냐”고 반발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끝났다. 심 총장의 청문보고서는 논의하지도 못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