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정보공유 시대, ‘추석밥상 민심’ 따로 없다
‘추석민심’ ‘명절밥상’ 여론 만들기 ‘여의도 문법’
“국민 민심? 각 정당 하고 싶은 말일뿐” 지적도
“솔직히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경기도 양주를 지역구로 5선을 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명절 때마다 출렁거리는 민심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의원은 “과거에는 대개 집 나오신 분들, 고향 떠나오신 분들이 고향으로 가지 않았느냐”며 “지금 (고향에) 안 간다”고 했다. “이번 추석 때도 해외로 나가는 분이 어마무시하다”며 “지방도 호텔 같은 게 거의 예약이 안 될 정도로 다 꽉 찼다고 한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골에 모여서 고향집에 모여서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얘기하는 그런 시절은 아니다”며 “이미 정보가 다 유통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민주당에서 ‘추석밥상’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무리수를 두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법사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추석 밥상용’으로 올리기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 이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료대란 차단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앞세워 차단하자 법안 통과를 주도한 법사위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속도전이라는 무리수를 펼친 이유’가 퇴색됐다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지역화폐지원법을 추석밥상에 올리려고 한 것”이라면서 “이런 ‘밥상 논리’도 이제는 옛날 얘기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예전에는 명절에 모여 앉아 정치적 사안을 놓고 한마디씩 하면서 어떤 하나의 결과나 인식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유튜브로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라 명절에 만나 정보를 나누는 것은 여의도만의 과거식 정치문법”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평상시에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어 명절에는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좀 쉬자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명절인 설, 추석 연휴를 맞게 되면 으레 ‘밥상론’이 제기되지만 실제와 거리가 있는 섬 지역인 ‘여의도’만의 문법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명절 연휴엔 고향에 가서 친척들간의 모임을 갖기 보다는 국내외로 여행가는 이들이 많다. 또 유튜브 등으로 충분한 정보가 전달돼 있고 이미 자신의 생각이 고정돼 있어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여론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단체대화방과 함께 모임에서도 ‘정치 얘기 금지’ 기류가 강하다.
오붓하게 지내야 할 명절이 정치적 시각에 따라 말다툼으로 번져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만의 ‘명절 밥상에 쟁점 올리기 문법’은 명절 이후에 각 정당에서 나오는 ‘명절 민심 해석’으로 이어진다. 각 정당은 자신들이 만난 지역 지지층들의 목소리를 담아 ‘민심 청취’ 결과로 발표해 왔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명절 끝나고 나면 여당의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민심이라고 얘기하고 야당의원들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민심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각 정당의 의원들은 자신의 지지층들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어 한쪽 중심의 민심을 전달하게 돼 있다는 해석이다.
정 의원은 “유튜브 시대에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서로 얘기하고 토론하고 할 게 없다”며 “명절 때는 좀 쉬자는 차원에서 오히려 정치 관련한 것들에 대한 얘기는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