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투세 내년 과세’ 흔들…‘과세+선진화 패키지’ 검토
지도부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일부 수정으로 가닥
“주식투자, 재산증식 방안, 상법 개정부터” 의견도
23일 소수야당 ‘과세원칙’회견, 24일 공개토론회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세 과세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유예’나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투자가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예정대로 시행하면서 보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패키지로 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오는 24일 공개토론회를 통해 금투세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올 것이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당론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과세는 원칙적으로 하되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과 같이 묶어서 처리하는 패키지 방식도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부작용이나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보완하되 과세 자체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진 의장은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법 개정으로 우리 주식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금투세를 일단 유예하고 상법을 개정한 후 우리 주식시장이 건전해지면 금투세를 다시 시행하자는 주장에는 얼른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3년 전에 입법이 돼서 한 번 유예까지 된 것인데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이 전 대표도 예정대로 시행돼야 된다라고 하는 데는 공감을 하는 것 같다. 다만 일각의 조세저항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이 검토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5년간 5억 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 면제를 해 줘야 한다”며 완화론을 제시한 바 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의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시행 보완 패키지 법안’을 내놨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 투자소득세의 손실 이월 공제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예정대로 내년 1월 금투세를 시행하기 위해 보완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이언주 최고위원, 이소영 의원, 정일영 의원, 전용기 의원 등이 ‘유예’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이 금투세를 과세할 만한 여건을 갖췄는지 다수 국민은 확신을 갖지 못한다”며 “우리 증시가 더 안정화·선진화돼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도입돼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정일영 의원은 “금투세 도입보다 먼저 우리 주식시장을 선진화시켜야 한다”며 금투세 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은 서민 중산층의 계층이동 사다리”라며 “한국에서 주식투자는 내집마련으로 가기 위한 자산증식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의 기대수익 상실은 곧 내 집 마련 등 미래에 대한 상실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정책위 주도로 24일 공개토론회를 계획해 놓고 있다. 금투세 찬성과 반대 견해를 보인 의원 2~3명씩 팀을 이뤄 진행될 예정이다. 토론회 전 과정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에 앞서 오는 23일에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시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이미 한번 유예하며 구조개혁을 하도록 했는데 방치해놓고는 다시 유예하는 것은 폐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공정 조세 측면에서 보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22년 말 여야가 시행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