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이해충돌 재의요구권 행사, 헌법상 용인 어려워”
국회입법조사처 ‘재의요구권 헌법적 한계’보고서
“공공성의 사적 이해관계 좌우, 헌법 용인하지 않아”
“헌법상 권한을 넘는 행위는 탄핵사유에 해당” 지적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사적이해충돌과 관련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헌법위반은 탄핵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해 야당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탄핵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9일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한계’ 보고서를 통해 “이해충돌금지원칙은 공공성과 사사성이 충돌할 때 국가영역이 가지는 공공성이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헌법적으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공적인 행위에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이 원칙은 단순한 법률적 원칙이 아니라 헌법적 원칙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OECD 이해충돌금지 가이드라인 권고에서 제시한 이해충돌이란 공무원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익 간의 충돌로서 그의 공적 임무와 책임의 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이익과의 충돌을 말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선화 법제사법팀장은 “이해충돌금지원칙은 조약으로 또는 각국 법률로도 구현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충돌할 경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헌법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재의요구권 행사의 한계를 자세하게 기술했다. 그는 “실질적 입헌주의와 법치주의 원리상 자유재량권이라고 하는 국가기관의 권한에도 당연히 헌법상 한계가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이라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상 권한행사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권한 행사의 구체적 사유의 한계는 헌법 내재적 또는 헌법 원리상 한계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이의가 있을 때’에 행사할 수 있는데 ‘이의’의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헌법이 명시한 법률한 재의요구권에 이의서를 붙이도록 한 것은 비록 이의의 사유를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한정해 명시하지는 않았어도 이의를 문서로 명시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를 청구해 다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소개하면서 “묵시적으로 헌법적 한계를 넘어 행사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그 범위에 대한 다툼도 포함해 권한쟁의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헌법상 한계를 넘는 권한 행사는 탄핵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행사가 위헌적인 경우에도 탄핵사유가 된다는 입장도 있다”며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인 신임투표를 언급한 것이 탄핵사유가 되기도 한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이므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넘는 행위는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의의와 명시적, 내재적 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헌주의와 의회주의가 모두 존중되도록 하는 지혜로운 헌정운영이 필요하다”며 “사법적으로 통제받는 방식보다는 정치적 지혜가 전통이 되고 원리가 되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