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10월 공백’ 현실화되나
이종석 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10월 17일 임기 만료
국회 선출 3명 인선 난항 예상 … 소장은 국회 동의 필요
이은애 재판관 20일 퇴임 … 후임에 김복형 신임 재판관
다음달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2명 등 모두 3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 ‘10월 공백’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가 선출한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오는 10월 17일 끝나지만 후임 인선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의 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본회의에서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면 되지만, 헌재소장은 별도로 국회의 동의 절차(본회의 표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국회가 여야 갈등으로 3명의 추천 과정도 원만히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헌재 공백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은애(사법연수원 19기) 재판관은 이날 오전 11시 퇴임식을 가졌다.
이 재판관 후임으로 김복형(연수원 24기) 신임 재판관이 23일 취임식을 갖는다. 김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명(8월 20일)과 국회 인사청문회(9월 10일)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임명안을 재가해, 2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오는 10월 17일 퇴임하는 국회 선출 재판관 3명의 인선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공백이 우려된다.
헌재를 구성하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한다. 또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 선출 방법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재판관 9명 중 국회에서 3명을 선출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서다. 국회 몫의 재판관 선출 방식에 대해선 별도의 규정이 없다.
과거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추천 방식은 국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1기 재판부는 4당 체제에서 상위 3개당이 재판관 1명씩을 추천했지만, 2기 재판부를 구성할 땐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의석 수가 2배 가까이 많아 민자당이 2명을, 야당인 민주당이 1명을 추천했다.
이후 3~5기 재판부를 구성할 때는 여당과 야당이 재판관을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직전(2018년) 6기 재판부를 구성할 당시에는 국회가 다당제 구조로 짜여지면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원내 3당이자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 1명을 추천했다.
2018년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원내교섭단체인 자유한국당(야당), 바른미래당(원내 3당이자 제2야당), 더불어민주당(여당) 추천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현재 제3당인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은 12명으로, 원내 교섭단체 요건(국회의원 2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해 2018년처럼 교섭단체별로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안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교섭단체가 2곳 뿐이어서 여당과 야당이 1명씩 추천하는 몫을 제외한 나머지 1자리를 여당이 추천할지, 여야 합의로 추천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현재 여·야의 대립 구도가 당분간 누그러질 가능성도 적어 타협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헌재소장은 대통령의 지명에 이어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표결)를 별도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3명의 재판관이 공석이 될 경우 헌법재판소법상 심리가 불가능해 진다. 재판관회의는 재판관 전원의 2/3를 초과하는 인원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9명 중 최소 7명이 참석해야 재판관회의가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에 주요 사건이 산적한 가운데, 국회가 후임 인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10월부터는 사실상 평의도 열지 못하게 되는 ‘헌재 마비’가 우려된다.
다만 여야 합의만 이뤄지면 국회내 절차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헌재에 계류 중인 주요 사건으로는 사형제 관련 형법 조항과 연명치료 중단 관련 연명의료결정법 사건은 물론 손준성·이정섭 검사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사건, 각종 권한쟁의 사건 등이 있다. 재판관 3명의 공백이 현실화되면 이들 주요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의 평의가 중단된다. 특히 탄핵 사건의 경우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권한이 정지돼 업무 공백까지 감수해야 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