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부녀 재심 받는다

2024-09-20 13:00:23 게재

대법, 검찰 항고 기각 … ‘수사권 남용’

전남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으로 옥살이했던 부녀가 재심 재판을 받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날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A(74)씨와 그의 딸(40)에 대한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발생했다.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신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인 B씨의 남편 A씨와 딸이 범인으로 지목돼 기소됐다. A씨 부녀는 2010년 2월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2011년 2월 항소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으로 뒤집혔다. 2012년 3월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는 검출됐으나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판결 이후로도 논란은 지속돼왔다.

A씨 부녀는 대법원 판결 10년 뒤인 2022년 1월 “검사가 유죄 진술을 유도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았던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의 영상녹화조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당시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A씨 부녀를 회유·압박해 거짓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는 지난 1월 “피고인에게 검사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는 등의 행위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한 수사권의 남용”이라며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A씨 부녀를 석방했다. 재심 과정에는 박준영 변호사가 확보한 검찰 조사 시 영상 녹화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고 한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재심을 열기로 한 광주고법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이날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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