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진화에 경찰도 신기술로 대응
경찰청 내년 예산안 4.2% 증액한 13.5조 … 딥페이크·악성사기 관련 예산 확대
딥페이크(허위영상물) 성범죄 등 진화하는 범죄수법에 맞춰 경찰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수사 등에 적극 도입한다.
경찰청은 2025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4.2%(5457억원) 증액한 13조5364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19일 밝혔다.
내년 경찰 예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사기법과 경찰관 교육 등에 다양한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먼저 딥페이크 방식의 허위영상물뿐만 아니라 최신 AI 기법을 활용한 허위영상물까지 탐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 고도화 관련 예산을 올해 3억원에서 내년도 5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딥페이크 의심 영상을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10분 내에 가짜 영상인지 진짜 영상인지 판별해낸다.
또 딥러닝에 기반한 허위조작 콘텐츠 복합 탐지 기술 연구개발(R&D)에도 27억원을 배정하고, 2027년까지 총 9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수사 편의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술도 적극 도입한다.
경찰은 AI를 활용해 아동의 표정·움직임을 분석해 아동학대 의심 장면을 요약·분석해주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에 6억원을 투입한다.
또 안면・번호판 촬영 화질을 개선하고 영상을 요약하는 기능을 갖춘 형사기능 영상분석 프로그램 도입에도 8억6000만원을 배정했다.
수사관에게 유사사건·수사쟁점을 제공하고 영장신청서 등 각종 수사서식의 초안을 만들어주는 ‘AI 수사도우미’에도 27억원이 투입된다. 경찰은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통해 수사기간 단축 등 국민 편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원격화상조사 시스템과 음성인식 조서작성 시스템 도입에도 14억7000만원을 배정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경찰관 교육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경찰특공대에 대테러훈련 시뮬레이터 1대를 도입하는 데 13억1000만원, 시나리오별 훈련이 가능한 실감형 VR 훈련 확대에 4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또한 경찰은 민생침해범죄를 근절하는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경찰은 마약 범죄 자금 세탁에 활용되는 ‘가상자산 믹싱’ 등 지능화된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가상자산 전문가 분석 기술 지원 및 가상자산 추적을 위한 간편 조회 시스템 도입에 각각 9억5000만원과 10억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7월 설립한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의 플랫폼 고도화와 피싱 이용 전화번호 차단 기능 등에는 55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플랫폼 고도화는 2027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직범죄 특별신고보상금’을 신설해 예산 10억원을 투입한다.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는 악성사기와 도박 등 민생침해범죄에 대응해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건당 지급액수를 최대 1억원으로 설정했다.
보복범죄 방지를 위한 범죄 피해자 지원 예산도 크게 늘렸다.
경찰청은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보복범죄를 막기 위한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서비스’에 범죄피해자보호기금 24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은 경찰청과 계약한 민간경비업체 경호원이 보복범죄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를 밀착 경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7억원을 들여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찰은 77억원을 들여 내년에 보디캠 8766대를 도입한다.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인 보디캠은 현장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 공식 도입되지 않았다.
경찰은 2026년까지 현장경찰관 전체에 보급한다는 목표다.
또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화된 기동대 신형 방패도 전국 경찰기동대에 확대 보급한다. 이를 위해 경찰은 13억7000만원을 들여 신형 방패 3612개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과 같은 인파 밀집 지역 등에서도 경찰무선망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근거리 무선 중계장비를 구축(15개소·7억7000만원)할 계획이다. 산업기술 유출 대응 강화를 위한 디지털증거분석실 구축과 산업보안협의회 활성화에 5억6000만원을 배정했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안전관리에도 20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경찰청은 “수사전문성과 현장대응력을 더욱 강화해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청 내년 예산안은 향후 국회 심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