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쌍특검법 막을 명분 찾기 힘들어
김 여사·채 상병 의혹 풀리기는커녕 더 커져
대통령 지지도 ‘바닥’… 필리버스터도 포기
야권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쌍특검법을 또다시 막아설 명분을 찾기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김 여사·채 상병을 둘러싼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더 커졌고 △쌍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고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도가 10%대까지 떨어지면 여당 의원들도 더 이상 쌍특검법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야권은 19일 쌍특검법을 처리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인사개입 등에 이어 최근 불거진 22대 총선 선거개입까지 총 8개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제3자 추천’과 국민의힘이 요구한 ‘제보 조작 의혹’을 포함시켰다.
여당은 즉각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에서 돌아온 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투표는 26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재투표에서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려면 여당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앞서 세차례 실시된 재투표는 이탈표가 8표에 미달하는 바람에 부결됐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쌍특검법을 막아설 명분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우선 김 여사와 채 상병 관련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숱한 구설수에 올랐던 김 여사는 최근에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까지 휩싸였다. 여권에서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부인했지만, 일각에서는 “뭐가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원들도 만나면 ‘여사 좀 다니시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9일 ‘김 여사 특검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도 ‘포기’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이 날마다 늘어나는 마당에 김 여사를 방어해줄 명분을 찾기 힘들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채 상병 사망 1주기(7월 19일)가 두달 넘게 지났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쌍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것도 여당에게는 부담이다.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11~12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은 61%에 달했다. 반대는 25%에 그쳤다. ‘김 여사 특검법’도 찬성(62%)이 반대(30%)를 압도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도,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론이 등 돌린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여당이 또다시 쌍특검법을 부결시키는 총대를 멨다가는 ‘동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20%(한국갤럽, 10~12일)로 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친한(한동훈)계는 윤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면서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친한 의원은 “(윤석열정권이) 식물정권으로 전락한다면 (여당) 의원들 입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쌍특검법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