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전면전 위기에 초긴장
바이든 “확전 방지 위해 최선” … EU 고위대표 “유엔총회서 외교적 해결책 모색”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사저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이번 교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확전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확대가 이스라엘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측에도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커비 보좌관은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의 삐삐 폭발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사안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사건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면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우리는 그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매우 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삐삐 및 무전기 폭발 공격 등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커비 보좌관은 다만 “우리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을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분쟁이 확대되거나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휴전 협상 상황을 묻는 말에는 “지난 1~2주간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인) 신와르가 신뢰를 갖고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양측의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까지 개입하면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인 지니 헤니스-플라샤르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중동이 재앙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양측을 더 안전하게 할 군사적 해법은 아예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유럽 연합은 레바논에서의 갈등이 격화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갈등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다가올 유엔 총회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루라인과 가자지구를 통틀어 휴전이 시급하다”면서 “양측의 민간인들은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전면전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그들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WP가 전했다. 하지만 현재 극도로 격앙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긴장을 풀고 해법을 모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했던 연쇄 타격을 입었다”며 “헤즈볼라가 아직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장담하건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작전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헤즈볼라는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극도로 격앙돼 있는 상황이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보복을 공언한 뒤 교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선 이스라엘 역시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 공습하며 연일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