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0조원 안팎 세수결손…기재부 주중 ‘세수 재추계’ 발표
감세·불황에 법인세만 전년보다 15조5천억 덜 걷혀
예산 불용·기금 전용할 듯 … “편법 대응” 논란 확산
지난해 56조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세수 펑크가 예고됐다.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종 기금을 끌어모으고 연내 집행이 힘든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방식(불용)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신 기금을 편법으로 쓰는 꼼수대응’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세수 추계 오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법인세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추계 방식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세수결손 대응방안 발표 =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주 후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세수 결손에 대응 방안과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세수 부족분은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올해 7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조8000억원 감소한 208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 영향으로 법인세가 1년 전보다 15조5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기업과 국가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 감세 영향도 적지 않다.
8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추세로 세금이 걷히더라도 정부가 올 한해 걷겠다고 잡은 목표(367조3000억원) 대비 32조원대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올해 32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라고 답했다.
다만 하반기 세수 사정이 개선되면 부족분이 20조원대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세수가 정부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작년처럼 기금에서 메꾸나 = 기재부 안팎에선 올해도 지난해처럼 ‘기금 여유재원 활용’과 ‘불용’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최근까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기재부는 56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하고 세계잉여금과 예산불용액 등을 활용해 세수 부족분을 충당했다.
작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는 손 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외평기금 재원 20조원을 총괄계정인 공공자금관리기금에 투입해 세수 부족분을 충당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세수 펑크 보전을 위한 외평기금 활용이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비판과 최근 달러-원 환율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외평기금 카드’를 쓰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여유재원이 있는 다른 기금을 끌어다 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예산 삭감 논란 예고 =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불용 처리할 경우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반발도 예상된다.
국회는 2023년 예산을 결산하는 과정에서 기재부가 국세수입과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한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불용과 기금전용이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김경호 예산분석실장은 최근 예산춘추(75호) 기고에서 “대규모 세수결손이 에상되는 경우 세입경정, 지출계획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반복되는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일부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법인세수 추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추계 모형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세입 예산 추계에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나눠 법인세수를 예상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세수 추계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기재부가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이를 검증·연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추계 모형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혼란을 발생하고 정책 집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