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명의 매점 낙찰 공무원 징역형 확정
1심, 징역 1년6개월 … 2심, 징역 2년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죄 인정
대법, 상고기각 … 법리 오해 잘못 없어
65세 이상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명의를 빌려 국·공립학교 매점·자판기 등 운영권을 낙찰받은 뒤 장기간 운영한 공무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4억5800여만원의 추징금도 함께 확정했다.
대전시청 공무원인 A씨는 2016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대전권 국·공립학교의 매점·자판기 등 입찰에 우선 낙찰 자격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노인·한부모가족 등 8명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들의 명의를 빌려 6년 동안 46회 입찰에 참여해 대전 내 학교·공공기관 20곳의 매점·자판기를 낙찰 받았다. A씨가 범행 기간 동안 운영한 매점·자판기의 매출 규모 70억원, 순이익은 71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낙찰에 따른 수고비를 주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근무하게 하고 급여를 주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입찰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공인인증서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위계의 방법으로 학교장들의 매점, 자판기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고 업무방해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예비적으로는 입찰방해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입찰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3가지 죄는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면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개 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2심은 1심과 달리 업무방해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3개의 죄는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가 아니라 상상적 경합관계(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있다고 본 것이다.
또 A씨가 매점 등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 4억5800여만원을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판단하고 추징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치는 것을 요건으로 해 반드시 위계가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 입찰의 공정을 해치는 경우에도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폭넓게 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동일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