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두 달 한동훈…‘윤석열 벽’에 번번이 막혀 고전
7.23 전대서 비윤 내세워 63% 압도적 지지 당선
24일 만찬 내년 의대 증원 꺼내지만 수용 불투명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한계 … 당내 세력화 부진
“대통령과 다르다” 못 보여주면 차기도 ‘불투명’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무려 63%를 득표하면서 대표에 당선됐다. 사실상 비윤(윤석열) 후보로 나서 ‘윤심’을 업은 후보(원희룡)를 압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컸던 당심과 민심 모두 윤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여 달라는 기대를 품고 한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두 달. 한 대표는 ‘윤석열의 벽’ 앞에서 고전 중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당심과 민심이 바랐던 ‘한동훈 정치’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당 대표 취임 두 달을 맞은 한 대표는 다음날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단체 만찬에 앞서 독대를 요청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데, 불편해지는 게 싫다고 편을 들어야하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독대가 이뤄지면 윤 대통령에게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요청할 계획이다. 의정 갈등을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내년도 정원을 논의하자는 건 절대 받을 수 없다. 만의 하나 내년 증원을 손보면 정부가 엄청난 소송 사태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 추진 방식을 놓고 윤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 또는 극복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겨냥한 발언(“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을 내놓은 이후 윤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로 변했다.
한 대표는 이후 국민눈높이를 앞세워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의대 증원 재논의 등을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혀 결과적으로 관철시킨 게 없다. 당원과 국민 입장에선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을 뛰어넘는 능력과 성과를 바랐는데, 윤 대통령에게 막혀서 이뤄내는 게 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극복할 힘의 원천인 당내 세력 확대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달 동안 당내 의원들을 두루 만났다고 하지만, 친한(한동훈)세력은 여전히 소수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5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주류 친윤과의 세싸움에서 밀리는 것이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윤 대통령을 극복하기도 어려운 처지인 셈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차기주자 한동훈’의 몸값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 차기주자 조사에서 4.10 총선 직전 24%(3월 5~7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선두권을 달렸던 한 대표는 최근 조사(3~5일)에서는 14%까지 떨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26%)에 뒤졌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넘어서면서 재집권에 성공하기를 바랐던 보수층의 기대가 식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측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무리하게 차별화를 추진하면, 보수층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다.
친한측은 “윤 대통령이 악수를 고집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윤 대통령이 △의정 갈등 △김 여사 관련 의혹 △내달 국정감사 등에서 ‘결정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이 ‘결정적 위기’에 직면하면 국정 주도권과 당내 저울추가 자연스럽게 한 대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