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산 넘으면 탄탄대로?…‘이재명의 가을’ 위기냐 반전이냐
단체장 재·보궐 선거 ‘호남 주도권’ 재확인 부담
의정갈등 중재·특검법 등 수권정당 면모 확인
선거법 등 1심 재판 눈 앞에 … 대선 지형 좌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을 전쟁이 시작됐다.” 추석 연휴 직후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뉴스가 잇따라 나온 것과 관련해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재명의 가을 전쟁’이라 표현했다. 10월 재보선·현안 중재·사법리스크라는 3개의 관문을 어떻게 넘느냐에 이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당내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경쟁자 없는 ‘제1 야당 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단계 더 올라선 리더십을 보이거나 반대의 경우 위기가 시작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전남 영광군을 방문해 현장최고위를 주재했다. 10.16 영광군수 재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현장 일정이다. 10월 전남 영광·곡성 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입장에서 ‘수성’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표 연임 이후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압도적 우위를 확인해야 ‘정치적 본전’이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정치적 거점 확보를 위해 ‘한 달 월세살이’를 선언하면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이재명-조 국 경쟁’으로 판이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10월16일 치러지는 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전남 영광·곡성군수 등 4곳의 단체장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호남권 선거는 압도적 우위를 예상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이번 재선거를 호남 교두보 확보전으로 총력전을 펼치면서 상황이 급해졌다. 영광은 지난 8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3차례 당선될 정도로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데, 유력 후보로 꼽히던 장현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혁신당 후보로 출마한 것이 판을 요동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도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10~11일 남도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장세일 후보 29.8%, 혁신당 장현 후보 30.3%로 두 후보 격차는 0.5%p에 불과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은 여론조사 시기 등이 혁신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역력하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조 국 대표 등 혁신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며 “고인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며 비판 공세를 펴는 것도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정치적 근거지인 호남에서 단체장 선거를 경쟁 야당에게 내준다는 것은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역대 가장 탄탄한 내부 지지’를 자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방에서 정치적 경쟁상대가 성장하고, 지지층이 이를 주목하는 상황이 반가울리 없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만나 최근의 의정갈등 및 의료 차질과 관련한 의료계의 입장을 들었다. 교착상태에 빠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불씨를 되살리는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 붕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고,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협과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이 사태에 대해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곳이 여당인데 국민들이 가장 다급한 것 같다”며 “의협 쪽에서도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 정부가 좀 개방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비판입장을 내놓은바 있다. 정부를 뺀 정치권과 의사단체와의 협의체를 먼저 가동해 실마리를 푸는 방안도 논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원내 절대다수당으로 민생현안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표는 금융투자세에 대한 유예방안을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문제에서 여권의 반발을 받아들여 선별지원 수용 입장도 내놓은바 있다. 진전된 안과 대안을 찾아가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 대표에게 이번 가을 최대 이슈는 선거법 등 사법 리스크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 20일 진행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년형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오는 11월15일 이뤄질 예정이다. 또 오는 30일에는 위증교사 의혹 사건 결심 공판이 열린다.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위증교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형이 실효될 때까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 달린 것이지만, 1심 결과는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내 역학구도 등을 고려하면 1심 선고 결과만으로 당내 이 대표의 지위 자체가 위협받지는 않겠지만 여론지형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여권의 공세뿐 아니라 야권 내부에서도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무죄가 선고될 경우 사실상 대선직행 카드로 평가될 수 있다.
이명환 박준규·영광 방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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