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정기조 ‘그대로’…'한동훈 독대’ 거부기류
쌍특검도 거부권 무게 … 한 측 “어떻게든 성사 될 것”
야권 “검찰정치 아닌 민생경제 살리기로 완전 전환을”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정지지도 하락세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연휴 후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기존 대응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쌍특검(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다시 행사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내년도 의대증원안에는 이미 배수진을 친 상태다.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만찬을 앞두고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대통령과의 독대는 성사되지 않거나, 성사되더라도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국민여론을 주시하며 민심을 겸허히 청취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이어오던 국정기조에 역행하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갤럽이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율이 역대 최저치인 20%를 기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한 데 대한 반응이다.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및 채 해병 특검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보좌 경험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특검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새로 생긴 게 없다”며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지지도 하락과 관련해 의대 증원 양보, 김건희 여사 사과 등 정치권에서 여러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전략의 기본은 야당의 프레임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반대하기 어려운 의제를 통해 국정동력을 회복해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의 독대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독대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윤 대통령이) 추석연휴와 순방일정이 막 끝나 챙겨야 할 일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독대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성사될 경우 성과가 나와도, 나오지 않아도 한 대표만 생색을 내는 결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과의 소통 과정,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전 조율 없이 노출시켜 공론화하곤 한 한 대표에 대한 불신과 불쾌감도 읽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있지 않겠느냐”며 “독대는 추후 별도로 하더라도 일단 잡혀 있는 지도부 만찬에서 대통령과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기류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는 용산과의 소통내용을 협의 없이 언론에 공개하고,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공론화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정말 성과를 내고 싶다면 미리 의제와 만남형식에 대한 논의를 (용산과) 진지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불신의 골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상 독대는 성사가 되더라도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한 대표로서는 독대가 성사될 경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세 한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불편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당정 관계가 건강해진다”는 소신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대표측 인사는 23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독대는) 어떻게든 성사는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 대표는 최근 현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독대 관련해 ‘미적지근’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선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최근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여당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국정기조 전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SNS에 검찰의 야권 겨냥 수사를 지목하며 “(정부는) 야당 대표 잡고 전직 대통령 핍박할 시간과 에너지를 경제와 민생을 살피는 데 쓰기를 바란다”면서 “검찰정치가 아닌 민생경제 살리기로 국정기조를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걸·김형선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