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세감면 78조 역대최대, 대기업·고소득자에 특혜

2024-09-24 13:00:01 게재

고소득자 수혜 비중, 문정부 28~30%→윤정부 32~34%

내년도 대기업 조세지출 4.9조 … 비중 17.9%로 급등

3년 연속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초과 … 재정 악화 자초

세금감면과 비과세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더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정책을 추진 중인 윤석열정부에서 이런 편향은 심해졌다. 세간의 ‘부자감세’ 지적이 통계지표로도 확인된 셈이다.

특히 내년도 국세감면액 규모가 역대 최대인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세수 대비 세금 감면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화하는 최상목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세감면액 = 23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조세지출 예산서를 보면 내년 국세감면액은 올해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한 78조원으로 전망된다.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연 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 혜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득자의 조세지출은 2023년 13조9076억원(32.3%), 2024년 15조5059억원(33.2%), 2025년 16조6724억원(33.4%)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8~30%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 정부 들어 32~34% 수준으로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2019년 9조6000억원 대비 약 5조~7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에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관련 감면액이 자연 증가하면서 고소득자 감면비중이 늘었다. 여기에 누진적 소득세율 구조로 고소득자 감면액이 중·저소득자 대비 늘어났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 부담이 높아 공제혜택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료 특별소득공제 및 특별세액공제는 올해 6조9673억원에서 내년엔 7조509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금보험료 공제도 올해 4조4383억원에서 내년엔 4조7771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대기업 세금감면도 급증 전망 = 대기업의 경우 올해 경기불황과 결손 발생으로 감면액과 감면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실적 회복에 따른 공제액 2조5000억원이 이월되면서 대기업 세금감면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수혜분은 지난해 4조3804억원, 올해 2조3475억원으로 46% 가량 줄었다. 하지만 내년엔 4조9364억원으로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 조세지출 수혜 비중도 이전 정부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기업의 조세지출 수혜 비중은 10~11% 수준을 보였지만 2023년 16.7% 2025년 17.9%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법인세율을 전체적으로 인하했지만, 매출규모가 큰 대기업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투자에 세액공제를 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연구·인력 개발비(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와 유형자산·시설(조세특레제한법 제24조) 투자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 주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기업들이 신청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기술인정 신청액만 약 51조원에 이른다.

◆법으로 국세감면율 제한했지만 = 3년 연속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를 넘어선 것도 문제다. 국세감면 추이를 보면 2023년 15.8%, 2024년 15.3%, 2025년 15.9% 수준이다. 하지만 법정한도(직전 3개년 국세감면율 평균에 0.5%p를 더해 산출)인 14.3%, 14.6%, 15.2%를 넘어선다.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를 넘긴 사례는 2008년(1.0%p)과 2009년(1.8%p), 2019년(0.8%p), 2020년(1.2%p) 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가환급금 지급, 코로나19 위기 대응 시기와 겹쳤다. 하지만 3년 연속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최근 3년은 경제위기 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부’란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조세 감면만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구조적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감세 정책이 국가재정이 부실을 불러 긴축과 저성장, 국가채무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도입한 2007년 이후 3년 연속 어긴 정부는 없었다”며 “건정 재정을 외치면서 오히려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국가재정법 88조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세감면율이 국세감면한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보고 정부가 국세감면 법정한도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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