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죄’ 도입될지 관심

2024-09-24 13:00:20 게재

이건태 의원, 대표 발의 … 여야 공방 치열

검사가 법왜곡시 최대 ‘징역 10년’ 처벌규정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한 검사를 처벌하는 이른바 ‘법 왜곡죄’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폐기된 가운데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명 ‘법 왜곡죄’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입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엔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경우, 범죄 사실이 인정됨에도 기소하지 않은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한 경우, 증거해석·사실인정·법률적용을 왜곡한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건태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범죄 혐의가 발견됐음에도 수사하지 않고 고의로 봐줬다면 검사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민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와 그 가족이 주가 조작으로 23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검찰 의견서에도 들어갔는데 아직 기소가 안 되고 있다”며 “이 역시 (해당 법이 통과된다면) 법 왜곡죄에 따라 검사가 처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은 2500장의 사진을 확보했는데도 다 빼고 검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진 30장만 기록해 놨다”며 “이는 (법이 통과되면) 왜곡죄 상 증거 은닉, 불제출, 조작의 경우에 해당해 처벌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 목적으로 형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규택 의원은 “이 법안은 결국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서 이 대표를 기소한 검사와 유죄 선고를 할 판사를 겁박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우리나라 사법체계,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처벌 조항을 새로 넣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명백한 잘못이 있으면 잘못이 있다고 하지만 의견 차이로 인해 무죄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법 왜곡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등이 그릇된 목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행위 등을 ‘법 왜곡’으로 보고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독일 형법이 원조 격으로, 독일은 ‘법관 기타 공무원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할 때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법률을 왜곡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 자유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법 왜곡죄를 두고 있다.

법 왜곡죄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범죄에 대해 현행법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관의 독립성이 헌법에 보장돼 있음에도 당시 대법원 차원의 일선 재판 개입이 이뤄졌고, 연루된 법관 일부는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에 개입할 직권 자체가 없으니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논리에 따라 연루 법관들은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이건리 변호사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용하는 법률을 왜곡하는 주체들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법 왜곡 주체는 검사 등 수사기관만이 아니라 사법농단 재판에서 보듯이 판사 등 형사사법과 관련 있는 모든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따라서 현재 발의된 법안은 ‘반쪽짜리’로 보여진다”며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돼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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