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도이치 공범’ 40차례 연락
검찰 수사 본격화 시기 … 말 맞추기 의혹
이종호 “직접 연락한 적 없어, 직원과 통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시세조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수십 차례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와 직접 통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간 직·간접적인 접촉은 김 여사의 연루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으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과정에서 김 여사가 2020년 9~10월 사이 이 전 대표와 40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통신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검찰이 고발장 접수 5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수사를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첫 전화는 검찰이 고발인인 당시 황의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을 소환하기 이틀 전인 9월 23일 김 여사측이 먼저 연락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여사와 이 전 대표는 세 차례 통화했고, 한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 황 전 최고위원 조사 당일 9차례나 전화가 오가는 등 1주일간 36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 전인 10월 5일과 6일에도 세 차례, 당시 추미애 장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다음날인 10월 20일에도 한 차례 통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2단계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과정에선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블랙펄인베스트먼트가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주가조작에 활용한 사실이 인정됐다. 회사 업무용 컴퓨터에서는 김 여사 계좌의 거래 정보 등이 담긴 ‘김건희 파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VIP’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이 전 대표를 조사하면서 김 여사와 연락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2020년 9월 도이치모터스 사건 고발 직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김건희 대표측 전화니까 받아보라’ 했다”며 “통화 당사자는 코바나콘텐츠 직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통화한 주 내용은 당시 고발 건과 관련해 언론의 추측성 의혹 보도들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통화 횟수도 당시 변호사 등과의 통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여서 40차례에 훨씬 못미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가 직접 통화한 것이 아니라 해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세조종 의혹 관련 말을 맞추는 등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여사가 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전주’ 역할에 그친 게 아니라 직접 개입했을 것이란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본건은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끝났지만 법원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김 여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 전주 손 모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선 방조 혐의가 인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