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잘 걸렸다”는 듯 ‘두 국가론’비난공세
임종석 전 비서실장 “지금도 적대적 두 국가” 재차 제기
여당 지도부 이어 잠룡 오세훈도 참전 “레드라인 넘어”
민주당도 선 긋기 … “흩어진 혈육, 외국인 만들자는 발상”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두 국가론’이 여야를 가리지 않은 비판의 중심에 섰다. 임 전 비서실장의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선을 긋는가 하면, 최근 악재의 연속이던 여권에선 지도부는 물론 잠룡들까지 나서며 맹공세를 펴는 양상이다.
임 전 비서실장은 지난 19일 “통일하지 말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후 23일에도 재차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논란을 더 키웠다.
임 전 비서실장은 “오랜 고민을 축적해 용기를 내어 발표한 것”이라면서 “가치와 지향만을 남긴 채 통일을 봉인하고 두 국가 체제로 살면서 평화롭게 오고 가며 협력하자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인가”라고 적었다. 통일논의를 “이상에서 현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윤석열정부야말로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 상대를 공공연히 주적이라 부르고 일체의 대화없이 대립과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이를 ‘적대적 두 국가’ 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상황을 바꾸려는 전략적인 노력이 없이는 지금의 상태는 악화될 것이고 윤석열 정부 임기 말쯤에는 적대적인 두 국가는 상당히 완성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내부의 통일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다시 집권하면 예전처럼 남북간 대화가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대단한 오산이다. 평화공존과 협력을 위한 프로세스는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했다. 미국 대선 후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선 긋기에 나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비판돼야 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평화적 장기공존 후 통일을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의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임 전 비서실장의 제안을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영영 외국인 간의 관계로 만들자는 설익은 발상’이라고 혹평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학자는 (임 전 비서실장처럼)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최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논란, 의정갈등 장기화 등 각종 악재에 신음하던 여당도 이번 이슈를 놓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김정은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 동북공정도 아니고 종북공정하자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또 “지금까지 종북 소리 들으며 통일을 주장하다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국민들 염장 그만 지르시고 북한 가서 살라”고 꼬집었다.
여권 잠룡으로서 최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극 참전하며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몇몇 좌파인사들이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여당 중진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의 허무맹랑한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세력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의원은 이날 탈북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까지 열고 임 전 실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3만 4000명의 탈북민과 1000만 이산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임 전 실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