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우려’ 등록금 납부기한 못 정해
전국 의대 30곳, 나머지 대학도 ‘연기’ … 교육부 “집단 유급은 없다” 반복
전국 의대 30곳은 아직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2학기 학사일정을 시작한지 한달 가량 지났지만 기한이 정해지면 휴학 의사를 밝히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 40개 의대에서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은 재학생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40개 의대 등록금 납부 일정 자료에 따르면 24개 대학이 아직도 등록금 납부 기한을 ‘미정’했거나 ‘연장 검토 중’이었다.
6개 대학은 ‘학년 말까지 연장’ ‘연기’ 등 납부 기한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등록금 납부 기한을 확정했다고 답한 의대 10곳 중 4곳은 올해 11월~내년 1월까지 기한을 연장했다.
3곳은 10월 중하순, 3곳은 9월 말로 기한을 정했다.
통상 대학교 2학기 등록금 납부 기한은 8월 말까지며, 추가 납부 기한도 9월 중순까지다.
◆등록금 납부율 3.4% 불과 = 이런 상황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휴학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의대 학생 및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전국 40개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653명에 그쳤다.
전체 40개 의대 재적 인원(재학생+휴학생 등) 1만9374명 가운데 3.4%에 불과하다.
대학 유형별로도 차이 없이 낮은 수준이다. 10개 국립대의 경우 재적 의대생 5919명 중 3.2%인 191명만 등록했다. 30개 사립대에선 재적 의대생 1만3455명 가운데 462명만 등록해 등록률이 3.4%를 나타냈다.
대학별로 보면 한 명도 등록하지 않은 의대가 국립대 2곳, 사립대 7곳 등 9곳에 달했다. 이를 포함해 등록 인원이 한 자릿수에 그친 의대가 전체 대학의 절반인 20곳이다.
지난 7월 22일 기준 전체 40개 의대의 출석 학생 수는 495명(출석 파악 불가한 일부 대학 합계서 제외)이었다. 전체 재적생(1만9345명) 중 2.6%에 그쳤다.
학년별 출석률은 △예과 1학년 1.6% △예과 2학년 2.7% △본과 1학년 2.7% △본과 2학년 2.6% △본과 3학년 2.4% △본과 4학년 3.4%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7월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하고자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고, 학기제를 허용하는 등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에게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이 대책을 발판으로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겠다고 했지만 의대생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진 의원은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를 넘어 제적 상황에 부닥칠 수 있게 됐다”며 “교육 당국은 무조건 학교로 돌아오라고 말만 늘어놓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 = 하지만 교육부는 “집단 유급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언제라도 돌아오면 한 학기 ‘풀 타임(전체)’은 아니어도 일정 정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0월 이전에 돌아오면 고맙겠지만 이후에 복귀해도 그에 맞춰 대학에 학사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 9월까지라고 밝힌 것과 다른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집단 유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그 이후에 돌아와도 학점 취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대학과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교육계에서는 의대생들이 이달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정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내년에 집단 유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이 발생하면 내년에는 증원된 신입생(4695명)을 포함한 7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고, 이 같은 상황은 6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경숙 의원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학에서는 특례까지 만들어가며 학사 일정을 변경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