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꼽은 현장규제 100선 내용은

“불합리한 인증·부처칸막이 여전”

2024-09-25 13:00:01 게재

법정임의인증 증가, 범부처 인증관리체계 요구

신소재·신기술 대상 표준산업분류 공백해소 필요

소상공인 매장 카드사용 선정산서비스 가능해야

“글로벌 규제 증가로 수주기업이 요구하는 다수의 민간인증을 취득해야 하나 특정 인증 하나 취득·유지에만 1억원 이상 소요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통원활화시스템을 지자체와 함께 추진했으나 복수의 중앙부처가 허가를 거부해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중소기업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규제 100건을 엮어 ‘2024 중소기업이 선정한 현장규제 100선’을 발간했다.

중소기업이 선정한 현장규제 100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오랜 기간 제기돼온 ‘법정임의인증’ 문제는 이번에도 100선에 포함됐다. 법정의무임의인증제도는 중소기업의 취득 부담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규제다.

법정 의무인증은 국민안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취득하지 못하면 국내 생산과 유통이 불가능하다.

법정 임의인증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조달 등에서 참여요건 가산점 부여 기준이 돼 사실상 준강제 인증에 해당한다. 특히 법정인증이 증가해 중소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국내 법정 인증은 총 257개로 일본의 17배 유럽연합의 6배가 넘는 세계 최다 수준이나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다수인증 증가 방지를 위한 범부처 인증관리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보·차도용콘크리트인터로킹블록(투수블록) 인증과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 등 규정기준이 달라 업계가 혼란스럽다. 시험방법은 KS인증 기준을 준용하지만 실제 시험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KS보다 훨씬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 업계는 “환경부 지침을 KS인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구의 경우 같은 제품인데도 규격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가구 특성상 동일한 원자재로 규격이 다른 제품을 다수 생산한다. 하지만 인증은 규격별로 모두 취득해야 한다.

정부 부처간 칸막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사례로 건축법-소방법 상 건축내장재 화재안전기준이 다르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내·외부 마감재료와 실내건축물을 규정한다. 소방시설법은 실내장식물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두법이 충돌한다. 건축물에 목재내장재를 사용하는 경우 동일한 재료로 동일한 위치에 시공하더라도 현장별로 다른 법령기준이 적용된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따라 방염처리된 목재를 사용할 수 있는 현장에서도 더 높은 화재안전기준인 준불연·불연(내부마감재료)을 요구하기도 한다. 중기중앙회는 내부마감재료와 실내장식물을 재료·건축물 부위와 평가항목 등에 따라 통합하고 이에 따른 화재안전기준 체계 도입을 건의했다.

신소재·신기술 대상 표준산업분류 공백도 해소해야 한다.

신소재·신기술은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업종구분이 불명확해 정부사업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산업단지 입주가 지연 되는 이유다.

표준산업분류는 연주기로 개정돼 신소재와 신기술 반영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통계청은 특수분류 개발수요를 2년 단위로 접수하고 매년 1건 내외로 신설된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모태펀드는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기업심사와 투자규모를 결정한다. 기업은 신소재 신기술임을 내세울 근거가 없어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섬유기업 B사는 비불소를 용제로 사용하는 발수가공 섬유소재(신소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하지만 표준산업분류에 코드가 없어 직물제조업으로 분류됐다. 분류가 직물이라서 정부 지원도 전무하고 수출할 때도 바이어에게 신소재라고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업계는 “신소재 신기술의 표준산업분류 공백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스타트업 코드를 신설하거나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매출 선정산서비스를 오프라인 기반 소상공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요즘 대부분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거래가 발생한지 몇일이 지난후에야 정산이 이뤄진다. 카드사용일과 매출정산 시점 차이 때문이다.

오프라인 기반 소상공인의 매출정산 주기를 ‘단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선정산(상환청구권 없는 매출채권 팩토링, 1영업일 소요)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플랫폼과 전자결재대행사를 통한 신용카드 거래는 매출채권팩토링(금융기관들이 기업에서 매출채권을 사들인 후 이것을 바탕으로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제도)으로 선정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규제완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규제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며 “규제개혁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끝까지 관심 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