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합격 좌우하는 수능 최저 공략법

2024-09-25 13:00:14 게재

서울 주요 대학 수시 상당수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적용 … 전략적인 수능 대비 중요

2025학년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끝났다. 수시는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하는데, 당락에 수능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바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때문이다. 면접까지 통과해도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탈락한다. 특히 학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 주요 대학 중 상당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에 최저 기준을 적용한다. 실제 대학이 공개한 2024 대입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 교과전형 지원자 중 최저 기준을 충족한 비율은 42.8%였고 11.09:1의 경쟁률도 실질적으로는 4.62:1로 낮아졌다. 한국외대 학교장추천전형 또한 최초 경쟁률은 7.5:1이었지만 최저 기준 충족률을 적용하면 4.3:1로 떨어졌다. 거꾸로 최저 기준만 충족하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최저 기준의 영향력과 학습전략을 짚어보면서 최저 기준의 벽을 넘은 선배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았다.

2025학년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마무리됐다. 높은 경쟁률로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도 많겠지만 원서접수 시점의 경쟁률과 최저 기준을 충족한 실질 경쟁률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기 때문이다.

중앙대가 공개한 2024학년 대입 결과를 보면 인문계열의 최저 기준 충족률은 71.9%, 자연계열은 65.4%였다(표 1). 특히 약학부는 27.5%로 매우 낮게 나타나 지원자 4명 중 1명 정도만 최저 기준을 충족했다. 최저 기준 충족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저 기준 유무 따라 합격선 갈려 = 2025학년 교과전형 전체 모집 인원 기준으로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비율은 37%다. 최저 기준의 유무에 따라 합격선이 나뉜다. 최저 기준이 높게 설정돼 있으면 합격자의 내신 등급은 하락한다. 즉, 최저 기준을 충족할 자신이 있다면 지원 대학 범위 또한 넓어진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최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더 많지만 대학과 모집 단위에 따라 최저 기준을 활용하기도 한다. 고려대 학업우수전형은 모집단위에 따라 수능 4개 영역의 등급 합 5~8 이내를, 서울시립대는 일부 종합전형에서 2개 합 5 이내, 홍익대는 3개 합 8 이내를 적용한다. 또한 학생 선호도가 높은 의·약학 계열은 높은 수준의 최저 기준을 설정한 대학이 많다.

논술전형에서 최저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은 전형이지만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의 경우 최저 기준 충족 여부를 적용한 실질경쟁률은 크게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표 2).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논술전형은 수시 지원에서 교과나 종합으로 원하는 대학에 쓰지 못하는 수험생이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 최저 기준 충족률이 낮은 편”이라며 “원서상으로는 40:1 정도 경쟁률이 실질적으론 15:1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시전형에서 최저 기준이 있는 경우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이라며 “3년 내내 노력해 전교 1등을 하더라도 논술에서 완벽한 답안을 작성해도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으니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술전형을 다시 실시하는 고려대는 국·수·영·탐(1) 중 4개 합 8 이내라는 높은 수준의 최저 기준을 요구해 충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경영대학의 경우 국·수·영·탐(1) 중 4개 합 5 이내로 매우 높다. 경희대 인문계열의 최저 기준은 국·수·영·탐 2개 합 5 이내로 전년도와 같으나 탐구 영역 과목 수를 상위 1개 과목에서 2개 과목 평균으로 강화했다.

◆수시 모집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능 성적 = 최저 기준이란 대학에서 수시 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능 성적이다. 제각각 다른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표준화된 평가 방식인 수능으로 변별한다고 볼 수 있다. 최저 기준은 수능 각 영역의 등급 ‘합’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의 최저 기준은 보통 3합 6이라고 말하며, 수능 영역인 국어 수학 영어 탐구1 탐구2 중 3개 영역에서 각 등급 합을 더해 6 이내면 된다. 3개 영역 각각 2등급으로 혹은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충족해도 된다.

일부 모집 단위는 ‘국어 포함’ 등으로 필수 영역을 지정하기도 하고 서강대 교과전형처럼 국어 수학 영어 탐구(1과목) 중 ‘3개 영역 각 3등급 이내’ 등 각 영역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평가인 한국사는 필수 응시이나 대다수 대학에서 4등급 이내를 조건으로 둔다.

탐구 영역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한 과목을 요구하지만 높은 수준의 최저 기준을 요구하는 곳은 두 과목 평균을 요구한다. 만약 탐구1에서 2등급, 탐구2에서 3등급을 받았다면 등급 평균은 2.5등급이 되지만 절사를 해 2등급이 될 수도, 평균 산출 방식으로 반올림해 3등급이 될 수도 있다. 대학별 모집 요강을 꼼꼼하게 살펴 탐구 과목 반영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최저 기준에 포함된 영역이 많을수록, 즉 2개 합에서 4개 합으로 갈수록 준비해야 할 수능 과목이 많아지므로 수험생의 부담도 커진다.

◆충족 위한 선택과 집중 필요 = 최저 기준이 있는 수시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최저 기준 충족이 우선이다. 형은 최대한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하지만 최저 기준 충족이 필요한 경우 목표 등급을 반드시 얻어내는 공부가 필요하다. 만약 3개 합이나 2개 합 최저 기준이 설정돼 있다면 9월 모의고사 이후에는 전략 과목에 대한 집중 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2개 합 5 이내의 최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학생이 만약 국어 수학 영어 탐구1 탐구2 모두 3등급을 받았다면 불합격한다. 어떤 영역의 등급을 합해도 2개 합 5 이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 기준을 위한 수능 공부라면 전 영역을 골고루 공부하기보다 국어(2) 수학(5) 영어(2) 탐구1(3) 탐구2(6)과 같은 성적을 얻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김 교사는 “덕성여대 약대의 최저 기준은 3개 합 6 이내로 만약 영어 1등급,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을 하한선으로 잡았다면 수학의 경우 어려운 문제 5~6개를 놓쳐도 된다는 뜻”이라며 “실수를 줄이는 공부와 목표 등급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시기나 성적에 따라 전략을 달리 구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2개 합’을 기준으로 하는 대학을 지망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두 과목만 공부해선 안 된다.

정동완 경남김해고 교사는 “3학년 초까진 학교 내신에 집중하면서 수능 과목 전반을 공부하는 게 유리하다”며 “6월 모의평가까진 전략 과목 2과목에 더해 한 과목을 더 준비해야 하는데, 2과목에만 집중했다가 성적이 안 나오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능은 졸업생이 합류하기에 고3 모평에서 종전과 다른 등급을 받기 쉽다”며 “이후 9월 모평 결과를 보고 집중 공부할 2과목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모의고사에서 3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4등급에 가까운 3등급을 받거나 3~4등급을 왔다 갔다 한다면 수능에서 3등급을 받을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정 교사는 “학생에게 진짜 등급과 가짜 등급이라는 표현으로 등급 내 비율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3등급은 12~23%고, 4등급은 24~40%다. 같은 등급이라도 범위가 넓고 성적도 다양한 만큼 자신의 성적이 차지하는 등급 내 위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기수 기자·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최저 기준이란 대학에서 수시 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능 성적이다. 제각각 다른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표준화된 평가 방식인 수능으로 변별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