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사 고액 1심 선고 ‘평균 473일’
전년보다 53일 늘어 … 처리기간 증가세
도산 사건 18.3%↑… ‘판결 불복’도 증가
법원의 재판 지연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전국 민사 합의부 사건 1심 선고까지 평균 약 473일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75일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평균 처리기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5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민사 1심 합의부에서 사건 접수 이후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73.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소송은 소송액에 따라 관할이 달라진다. 1심의 경우 소가 5억원 초과는 판사 세 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그 아래는 판사 한명이 단독으로 심리·판결한다. 소가가 클수록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고 사실관계도 복잡해 1심 재판부의 심리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사 1심 합의부의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9년 298.3일에서 2020년 309.6일, 2021년 364.1일, 2022년 420.1일에 이어 지난해 473.4일로 증가했다.
민사 1심 합의부 사건의 경우 접수부터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평균 176.6일, 단독사건의 경우 평균 132.1일, 소액사건의 경우 평균 133.6일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변론종결시부터 선고까지는 합의부 사건의 경우 평균 49.7일, 단독사건의 경우 평균 32.8일, 소액사건의 경우 평균 6.7일 걸렸다.
항소심을 보면 고법이 323.8일로 전년(332.7일)보다 8.9일 줄었지만, 지법은 329.4일로 전년(324.2일)보다 5.2일 늘었다. 상고심에서는 합의부 사건이 397.2일, 단독 사건은 115.7일이 소요돼 전년보다 각각 64.2일, 7.3일 줄었다.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평균 처리 기간은 1심 합의부 43.04일, 단독 199.7일, 소액 129.7일이 걸렸다. 항소심은 고법 956.9일, 지법 720.7일이 걸렸으며 상고심은 합의부 1198.4일, 단독 990.4일이 소요됐다.
사건 당사자들이 판결에 불복해 상소를 제기하는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민사합의 사건의 선고를 받은 당사자 중 48.5%가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35.7%가 상고했다. 항소율과 상고율은 2019년 각각 34.5%, 27.6%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 수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은 457만6462건으로, 특히 도산사건이 전년 대비 18.3%(17만9118건→21만1954건) 증가했다.
도산사건은 개인회생 비중이 12만10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파산 4만1239건, 면책 3만9711건, 법인파산 1657건으로 많았다.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으로 자산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자동차·선박 등이 담보권 실행 등으로 인해 경매에 넘어간 사건은 지난해 총 6만5181건으로, 전년도 4만2504건에 비해 53% 증가했다.
소송 등으로 인한 강제경매도 3만5964건으로 전년도 3만4955건보다 소폭 늘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