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기술발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강대국이다. 그 이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경제와 군사 측면에서 보면 첨단기술이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몇년간 계속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경쟁이다.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첨단기술 가운데서도 소프트웨어(SW) 기술력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운영체계(OS)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을 사용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미국의 SW경쟁력은 인공지능(AI)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 생성형AI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다. 중국이 거대 인구와 일당 지배 국가체계를 기반으로 일부 AI기술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은 격차가 크다.
지금 미국의 초격차 기술을 얘기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AI혁명에서 대한민국에도 기회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0년대 초중반 대한민국에서도 독자적인 OS를 개발하자는 목소리와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기술장벽이 높아서기도 했지만 이미 MS와 애플이 구축한 철옹성 같은 생태계를 뚫고 들어가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AI의 경우에는 아직 기회가 있기에 국가적으로 노력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AI기술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얘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술이 국가운명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AI기술력 확보 여부에 국가경쟁력이 달려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AI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현재는 AI 산업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라며 “한국의 AI 수준은 세계 6위다. 3위에서 10위까지는 간격이 좁다. 대한민국이 적어도 1,2위에 근접한 3위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기본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AI기본법 없이도 우리나라가 AI기술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뒤처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AI기술을 발전시켜 국가발전에 보탬이 되게 하자’며 여야가 모처럼 마음을 모은 차에 미적거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 정치 산업 학계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AI 기술발전과 산업육성을 이뤄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