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검찰·여당에서 밀려오는 ‘김 여사 리스크’

2024-09-26 13:00:01 게재

국감 증인에 김 여사 채택, 검찰수심위는 최 목사 기소 권고

여당 대표와는 불편한 동거 … “윤 대통령에 삼각파도 덮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검찰, 여당 등 세 방향에서 밀려오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갇혔다.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선 김건희 특검법 통과는 물론 김 여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선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에게 기소를 권고했다. 우군이라고 볼 수 있는 여당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이 심화되면서 편치 않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 체코 공식 방문 마치고 귀국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기 3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도전은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 여사가 명품백, 주가조작, 공천개입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다.

일단 국회에선 김 여사 관련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선 야당 단독으로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채택 이유는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사건 관련이다. 여당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지난 19일 일찌감치 통과시켜놓은 상태다.

검찰 상황도 녹록지 않다.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재영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4일 기소를 권고했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해 열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한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검찰에선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이 어느 정도 수긍할지는 별개다.

여당과의 관계도 점점 심연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와 가진 24일 만찬이 ‘빈손 만찬’으로 평가되는가 하면 한 대표와 불편한 관계만 더욱 부각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차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도 독대 의제 중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압박이 삼면에서 덮쳐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최근까지 대처했던 방법은 근본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임시 대응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국회에 대해선 기존처럼 거부권으로 대응하겠지만 민주당이 재차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 발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 등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국이 이어지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더 장기화되고 만다.

검찰에 대해선 장악력 강화로 맞선 바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 체제는 ‘친윤석열’ 색채가 짙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친윤'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낸다 하더라도 국민여론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나마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여당 내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김 여사의 마포대교 일정 후 윤 대통령과 가까운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지금 나올 때가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친한동훈 계열의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몰렸다. 삼각파도가 덮친 꼴”이라면서 “그동안 돌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수없이 있었는데 날려버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차선책을 구한다면 여당 대표와 관계개선을 해서 여당의 분열을 일단 막고 차분하게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돌파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