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검찰·여당에서 밀려오는 ‘김 여사 리스크’
국감 증인에 김 여사 채택, 검찰수심위는 최 목사 기소 권고
여당 대표와는 불편한 동거 … “윤 대통령에 삼각파도 덮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검찰, 여당 등 세 방향에서 밀려오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갇혔다.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선 김건희 특검법 통과는 물론 김 여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선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에게 기소를 권고했다. 우군이라고 볼 수 있는 여당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이 심화되면서 편치 않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기 3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도전은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 여사가 명품백, 주가조작, 공천개입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다.
일단 국회에선 김 여사 관련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선 야당 단독으로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인 채택 이유는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사건 관련이다. 여당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지난 19일 일찌감치 통과시켜놓은 상태다.
검찰 상황도 녹록지 않다.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준 최재영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4일 기소를 권고했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해 열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한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검찰에선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이 어느 정도 수긍할지는 별개다.
여당과의 관계도 점점 심연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와 가진 24일 만찬이 ‘빈손 만찬’으로 평가되는가 하면 한 대표와 불편한 관계만 더욱 부각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차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도 독대 의제 중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처럼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압박이 삼면에서 덮쳐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최근까지 대처했던 방법은 근본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임시 대응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국회에 대해선 기존처럼 거부권으로 대응하겠지만 민주당이 재차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 발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 등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국이 이어지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더 장기화되고 만다.
검찰에 대해선 장악력 강화로 맞선 바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 체제는 ‘친윤석열’ 색채가 짙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친윤'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낸다 하더라도 국민여론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나마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여당 내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김 여사의 마포대교 일정 후 윤 대통령과 가까운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지금 나올 때가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친한동훈 계열의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몰렸다. 삼각파도가 덮친 꼴”이라면서 “그동안 돌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수없이 있었는데 날려버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차선책을 구한다면 여당 대표와 관계개선을 해서 여당의 분열을 일단 막고 차분하게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돌파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