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국감’ 본격 시동 …“국회부터 달라져야”
의장 권고에 위원회별 실시 계획
“매년 국감마다 40억원씩 낭비”
21대 국회에서 일부 실시했다가 흐지부지됐던 ‘종이 없는 국감’이 22대 국회 들어 다시 시도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각 위원회에 권고해 위원회별로 ‘종이 없는 국감’ 시행계획을 짰다. 일부 위원회에서는 이미 여야간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우 의장은 올해 국감에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각 상임위원회에 ‘권고’ 형식으로 지시했다.
정무위 소속 박상혁 민주당 의원(사진)은 페이스북에 “2024년 국정감사 계획을 의결하며 이번 국정감사부터 꼭 필요하지 않은 종이자료를 제출받지 말고, 전자문서 파일만 제출 받자 동료의원들에게 의사진행발언을 하였다”며 “여야 간사간 합의로 정무위원회는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매 회의 때면 인사 말씀, 제출 자료 등 한 손으로는 들기도 어려울 정도의 두껍고 무거운 책자들이 각 의원들의 자리에 올라와 있다. 같은 자료가 의원실로도 제출되고 있다”며 “자료 내 자세한 정보는 어차피 파일로 검색해 보아야 하는데 관례와 형식에 얽매여 잘 들여다보지도 않을 종이 책자를 이렇게나 많이 제출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상임위를 가릴 것 없이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의제인 지금, 행정부와 기업에게 ESG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지적하는 국회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종이 낭비 없는 국정감사를 넘어 시대에 걸맞는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국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김민석, 이원욱, 전해철 위원장 주도로 보건복지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위에서 먼저 ‘종이없는 국감’의 시동을 걸었다.
당시 과방위 이용빈 의원은 ‘QR코드를 연계한 전자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 해 국정감사 관련 자료를 인쇄하는 비용이 무려 40억원에 이르는 등 과다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종이 사용과 예산 지출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실천 차원에서 전자형태의 정책자료집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국회는 21대 국회 초반인 2020년 10월부터 ‘친환경 국회 조성을 위한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각 위원회에서 ‘전자문서 열람을 통한 종이 없는(paperless) 회의’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정쟁구도가 확연해지면서 ‘종이 없는 국회’ 시도가 약화됐고 임기말엔 원상태로 돌아왔다. 21대 국회부터 ‘친환경 국회’에 많은 관심을 뒀던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운영위에서 “제가 5년째 얘기하고 있고, 여야 의원들 다 공감하신다고 하는데 조금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며 “국회는 국민에게 자원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고 폐기물 줄이라고 규제하고 부과금 매기고 제재하는 데 정작 국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않고 낭비하는 모습을 바꿔 보자고 5년 전부터 얘기해 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책상위에 쌓인 자료들을 들어 보이며 “이거 보시느냐. 전부 폐기물 처리장으로 직행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