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세상은 이미 AI시대

2024-09-27 13:00:01 게재

미국 반도체의 지존격인 인텔에 치여 만년 게임기 그래픽처리장치(GDP)나 팔고 있던 엔비디아의 주식가격이 5년 전에 비해 2740%나 폭증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실감한다. 반면 과거의 성공에 취해 AI 시대에 뒤떨어진 인텔은 후발주자 퀄컴과 반도체 등 부실기업 투자 전력이 있는 대체투자 펀드인 아폴로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사업부만 골라 사겠다는 제안을 하는 등 시장 매물로 전락했다.

AI 혁신에 저무는 인텔, 떠오르는 엔비디아

AI붐은 오픈AI가 2022년 11월에 대규모언어모델(LLM) 생성형 AI인 챗GPT를 출시하면서 시작됐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빅테크 기업들(Magnificent 7. M7)이 AI 기술진보를 가속화시키면서 ‘보편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용자 규모를 추산한 데이터가 없기에 불특정하지만 ‘수억명’이 접속하고 있다.

AI붐을 타고 가속 컴퓨팅 칩을 판매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본격적인 급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2023년 5~7월 분기부터였다.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240%, 올 들어 150%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AI 칩을 중심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상응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AI거품론’이 일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반도체 생태계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주가 고공행진이 과연 합당한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져갔다.

정확한 답안지를 낼 수는 없지만 AI가 산업 전반 및 경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커져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얼마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면 근사값 또는 측정값을 내놓을 수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산하 12개 지역준비은행 중 하나인 세인트루이스 준비은행(St. Louis Fed)이 AI에 대해 최초로 미국내 전국적인 설문조사인 ‘실시간 인구조사’(RPS) 패널을 활용한 조사연구보고서 결과를 내놓았다. 이 설문조사는 미국 인구조사국이 노동통계국을 위해 실시하는 월별 노동력 조사와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돼 매우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우 흥미로운 이 조사연구보고서는 3명의 St. Louis Fed 소속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빅(Alexander Bick)은 St. Louis Fed 경제학자이며 경제정책 고문이고, 아담 블랜딘(Adam, Blandin)은 밴더빌트 대학 경제학 조교수이며, 데이비드 데밍(David Deming)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이사벨 앤 스콧 블랙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9월 23일(현지시간) 발간된 ‘생성형 AI의 빠른 도입(The Rapid Adoption of Generative AI)’이라는 제목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8월에 18~64세 미국 인구의 약 40%가 생성형 AI를 사용했으며 AI의 사용이 성별 연령 교육 산업 및 직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를 과거 혁신적 기술인 컴퓨터(PC)와 인터넷의 도입 속도와도 비교했다. 대중적 PC는 1981년 8월에 출시돼 100만대 이상 팔린 IBM PC였고, 인터넷의 대중적 출시는 1995년 4월로 당시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이 상업적 트래픽 전송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AI의 채택률은 대중 시장 제품 출시 2년 만에 40%에 도달했는데 인터넷은 출시된 지 5년, PC는 시장 출시 12년 만에 비슷한 채택률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첫번째 대중 시장 제품이 출시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인터넷과 PC의 보급률은 각각 75%와 66% 인데 AI는 이보다는 더 빨리 보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웬만한 곳에 이미 다 쓰이고 경제생산성 높이고 있는 AI

AI를 사용하는 작업 유형은 커뮤니케이션 57%, 정보검색 49%, 문서 등 작성 48%, 통역·번역 47%, 행정업무관리 46%, 소프트웨어 코딩 42%, 데이터 분석 시각화 37% 아이디어 생성 30%, 교육 지원 25% 등 쉽게 말해 웬만한 곳(열거된 작업 모두에 사용률 25%)에 이미 다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참고로 이 시론은 St. Louis Fed 보고서를 챗GPT가 1초도 안돼 번역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 얼마나 뛰어난 생산성인가!)

최종적으로 AI가 과연 얼마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가 중요한데 보고서는 현재 미국에서 모든 근무 시간의 0.5~3.5%가 AI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AI는 현재 사용 수준에서 노동 생산성을 0.1~0.9%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결론으로 많은 인구통계와 다양한 작업과 직업에서 AI가 과거 PC와 인터넷보다 ‘더 빨리 더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은 우리는 이미 ‘AI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고 AI는 범용성 제품이 되었다는 뜻이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

안찬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