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훈풍에 반도체 강세
외국인, 7거래일 만에 매수
삼성전자는 여전히 순매도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깜짝 실적 발표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마이크론발 훈풍에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하면서다. 연일 국내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 또한 7거래일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2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75.25포인트(2.90%) 오른 2671.57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 폭으로는 지난달 블랙먼데이 다음 날 브이(V) 자 반등세를 보였던 6일(3.30%) 이후 한 달 반여 만에 최대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19.88포인트(2.62%) 오른 779.18에 마감했다. 장중 계속 상승 폭을 확대하는 장세 속에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종가 고가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08억원을 사들였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8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7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도 1조2000억원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 상승에 베팅했다. 코스닥 현물 1800억원과 코스닥 선물 750억원 포함 총 2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수급은 최근 매크로 회복 국면에서도 들어오지 않는 모습 보이다가 이미 많이 비어있는 수급 상황에서 반도체를 사야 하는 이유가 생기자 매수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온기는 국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업종들도 골고루 강세를 나타내게 하는 역할까지 해 줬다”며 “오랜만에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가 함께 급등하는 진귀한 풍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호실적 영향으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에 급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반 급등에 성공했다. 마이크론 실적보고 회의에서 AI 산업 발전에 따른 HBM의 견조한 수요를 확인하며 최근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를 대폭 완화. 전반적인 반도체 강세(+5.4%)가 지속된 가운데 업종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4.02%)와 SK하이닉스(+9.44%) 주가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2단HBM3E 양산에 돌입하고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 수급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다만,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여전하며 15거래일 지속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외국인의 반도체주 투자 방향은 레거시보다는 AI 중심의 HBM 관련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10월 초에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가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는지에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