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은 불기소, ‘도이치’는?

2024-09-27 13:00:15 게재

검찰, 김 여사 ‘무혐의’ 가닥 … 심 총장 승인만 남아

도이치 의혹 처분은 감감 … 김 여사 연루 정황 추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와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모두 불기소 처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처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명품가방 사건에 대해 조만간 검찰이 최종 처분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과 달리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사건 모두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파장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은 전날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명품가방 수수 사건 수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가 2022년 6~9월 최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샤넬 화장품 등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내용엔 직무관련성이 없는 만큼 윤 대통령이 이를 신고할 의무도 없고, 가방을 건넨 최 목사 역시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를 받은 심 총장은 수사팀의 결론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심 총장이 다음 주 중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심 총장이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무혐의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검찰은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백만원의 금품이 오갔는데도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결론은 일반인들의 법감정과 동떨어져 있는 탓이다.

검찰이 외부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소집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무시하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는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했지만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8대7로 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이 수심위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15차례 열린 수심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수심위는 모두 불기소를 권고한 경우였다. 검찰이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무혐의 처분하면 수심위에서 기소를 권고했는데도 불기소를 강행한 첫 사례가 된다.

심 총장의 최종 결단만 남겨둔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달리 김 여사의 도이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여전히 수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의혹은 김 여사가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에 전주로 참여하는 등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검찰은 2021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기소했고, 1심에 이어 이달 12일 항소심 선고가 이뤄져 피고인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그동안 김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 손 모씨의 선고결과를 보고 처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손씨는 1심에서는 주가조작 공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방조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 됐다.

하지만 검찰은 2심 선고 후 보름이 되도록 김 여사 처분 시기나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처분을 미루는 동안 김 여사와 관련한 추가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20년 9~10월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주가조작 ‘주포’인 김 모씨가 공범에게 전달한 편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편지에는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될 수도”라고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가조작 공범 민 모씨가 김 여사에게 ‘매도 타이밍을 다시 알려주겠다’고 한 메시지도 공개됐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들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다.

다만 검찰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은 이미 검토한 사안으로 수사에 반영돼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은 손씨와 김 여사는 주가조작에 대한 인지와 가담 정도 등에서 사실관계가 달라 처분 방향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마무리되는 대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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