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수 44조 증가’ 가능?… 야 “세수·세출 예산 조정”
2년연속 대규모 세수 구멍 후폭풍 … 정부 재추계 기준으로 13% 늘어나야
2년간 지방교부금·기존 사업 축소 등 ‘의도된 불용’ 반복, 경제 위축 악재
민주당 “3년 연속 세수 결손 가능 … “심사 때 국세 수입안 수정 요구할 것”
올해 세수가 30조원 가까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올 것이라는 정부의 공식 전망이 나오자 다음달 말부터 본격 시작할 내년 예산안 심사때 국세 수입 추계를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맞춰 지출부분도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경편성을 통해 부족분을 메울 생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예산심사과정에서 직접 내년 예산안을 고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7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올해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내년 예산안의 국세수입추계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라며 “본격적으로 예산심사를 해야 하는 10월말, 11월초에는 정부가 변경된 국세수입추계를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입 추계가 달라지면 지출도 달라져야 하니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수 감소의 부작용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2024년 국세수입 재추계’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말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2024년 국세수입액’인 367조3000억원에 비해 29조6000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을 올해 예산(367조3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 증가한 382조4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세수증가율을 4.1%로 잡았다.
하지만 변경된 올해 국세 수입 추계로 따지면 내년 국세수입 증가액은 44조7000억원, 증가율로 따지면 13.2%에 달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세수가 가파르게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당시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을 고려해 국세수입액을 367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3조2000억원, 8.3% 낮춰 잡았으나 실제는 이보다 8.1%인 29조6000억원이 더 줄어든 것으로 나와 전년 대규모 세수 부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지는 대규모 세수 구멍 ‘악순환’ =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세수 감소’ 이유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하락 △경기영향을 받는 종합소득세 결손 △자산시장 부진 △고물가 완화를 위한 유류세율 인하 지속, 긴급 할당관세 실시 등 세제지원 등으로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악재들이다.
이에 따라 예상 밖으로 큰 세수 감소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지난해와 올해에도 이어진 대규모 불용 등 부작용이 내년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 결손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간 전출금이나 예탁금, 이자지급 유예 등 내부거래를 통해 16조4000억원을 메웠고 지방교부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18조6000억원의 지출을 차단했다. 부처사업의 사업계획 변경이나 지출조정 규모는 7조5000억원에 달했다. 불용처리 규모가 45조7000억원이었다. 부족한 세수를 지방으로 가야 할 예산이나 이미 계획된 사업예산을 집행되지 않는 ‘의도된 불용’으로 메우는 ‘세출’ 문제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정부지출 감소가 성장률 저하를 부추겨 실물경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추경 편성은 경기침체 등 예외적 사유에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대규모 세수 감소’에 고려해 내년 국세수입을 재추계하고 지출계획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세수결손 피해 국민에게 전가” = 유례없는 거대양당 대립구도에서 펼쳐질 22대 국회 첫 예산안 심사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세수결손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정부가 세입규모를 현실화하는 동시에 세출규모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대안을 마련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도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며 “막대한 세수결손으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교육청까지 재정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년 연속으로 발생한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에 대응해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재정청문회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며 “정부예산안의 국회 제출 이후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화로 국세수입안이 크게 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국세 수입안을 수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와 같이 정부 입맛대로 재정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세입감액경정 추진과 함께 재정청문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정부의 경제 무책임과 무능함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출신이면서 기재위원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내년 예산은 올해 실적보다 30조~40조원을 더 걷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명박-박근혜정부의 3년 연속 세수결손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