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몫 인권위원 부결로 거대양당 ‘대립’ 확산
추경호 “사기 반칙, 정치 파괴”
민주 “누가 양아치·야바위냐”
서미화 의원 의총발언 영향
가뜩이나 으르렁거리는 거대 양당이 ‘여당 추천 몫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 부결건으로 극한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세에 몰려있던 여당의 비판이 날카로워졌다.
특히 이번 부결 사태는 상대당 추천 몫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통과시켜줬던 여야간 관행이 깨진 것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간의 약속 위반이자 민주당의 사기 반칙, 의회 정치 파괴”라며 “국회 교섭단체 간의 대화와 협상의 기본이라 할 최소한의 신뢰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본인들의 보복성 탄핵을 비판했다는 괘씸죄로 한석훈 위원에게 보복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여야가 합의한 선출안을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본회의에서 뒤엎은 것은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권위를 능멸한 것”이라며 “국회 본회의장을 민주당 의총장처럼 운영하는 행태부터 중단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논평에서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여기는 여당 의원들은 헌법기관이 맞느냐, 누가 양아치고 누가 야바위 짓을 하냐”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절차 합의를 가지고 결과를 보장하라는 반헌법적 요구를 거리낌없이 하다니”라며 “반인권적 인사들에게 인권의 가면을 씌워 국가인권위를 장악하려는 행태야말로 야바위짓”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뤄진 서미화 의원의 발언과 본회의장 반대토론을 듣고 상당수가 ‘부결’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추천한 한 위원 선출안은 재석 298명 중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이에 앞서 민주당이 추천한 이숙진 선출안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본회의전 의원총회에서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 한석훈 비상임위원의 연임이 얼마나 무도하고 부당한지 설명드린 바 있다”며 “온갖 정치 편향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어 온 것은 물론 노란봉투법, 이태원특별법 제정마저 가장 앞장서 반대한 반인권 행보를 해왔다”고 했다. 또 “김용원 상임위원과 함께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조치를 날치기로 기각시킨 장본인”이라며 “게다가 느슨한 겸직제도를 악용해 아무런 전문성도 없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상근전문위원까지 차지해 자기 잇속만을 챙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한석훈 비상임위원을 비롯해 김용원, 이충상 위원에게 국가인권위를 망가뜨린 책임을 뼈아프게 묻겠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소리로 보고 소리로 듣는 시각장애인 서미화 의원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감동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연설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국민의힘 추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한석훈 후보가 부결됐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